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청와대 집무실 이전 등과 관련 정부 입장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집무실 이전’을 위한 재원 496억원을 예비비로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21일 ‘안보 공백’ 우려를 들며 “집무실 이전 계획은 무리”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말씀드린 만큼 내일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우려가 큰 만큼 국방부와 합참 이전 등에 사용할 예비비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라며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계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비비는 정부의 ‘비상금’으로 예산 심사 단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지출 소요가 생겼을 때 쓰도록 별도로 마련해두는 돈이다. 일반적인 예산은 편성 단계부터 세부사업별로 기재부와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예비비는 총액만 국회 승인을 받는다. 예비비 사용이 필요해지면 각 부처 장관이 그 이유와 금액, 추산의 기초 등을 담은 명세서를 작성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승인만 받으면 지출이 가능하고 국회는 사후승인만 할 수 있다. 예비비의 편성부터 집행까지 모든 의사결정이 행정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을 위한 예비비 신청을 불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도 청와대 이전에 따른 각종 부작용에 대해 함께 책임질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 예비비 신청을 대통령이 승인하면 청와대 이전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게 된다. 문제는 예산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안보 공백 등의 우려인데, 청와대가 이를 승인하려야 할 수가 없다”며 “인수위의 이런 일 처리 방식 자체가 굉장히 무리하다”고 말했다. 아직 윤 당선자와 문 대통령의 회동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가 청와대 이사비 청구서부터 들이미는 것에 대해서도 여권에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인수위원회는 22일에 열리는 국무회의에 청와대 이전 관련 예비비 지출안이 상정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 역시 어려워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김은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사전 실무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내일(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면으로 집무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집무실 이전 관련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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