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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경찰 부실수사, 재판에 영향”…대법, 수사권 분리 13개항 문제점 지적

등록 2022-04-19 13:31수정 2022-04-19 16:11

법원행정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에 입장 밝혀
“경찰이 불송치해도 검사의 적절한 개입 어려워져”
“유예기간 석달 짧고, 시행 전 사건 검찰 수사하게”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찰 수사권 분리’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열리기 전 18일 저녁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왼쪽)과 진교훈 경찰청 차장(가운데),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찰 수사권 분리’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열리기 전 18일 저녁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왼쪽)과 진교훈 경찰청 차장(가운데),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분리를 위해 당론으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에 실질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것인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13개 조항을 추가·보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보낸 형사소송법·검찰정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검찰과 경찰 사이 수사권 조정과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은 입법 정책적 결정사항”이라면서도 “수사기관인 경찰의 과잉수사나 부실수사 등의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수사와 기소를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법원의 공판 과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법원행정처는 우선 압수물 처분 결정 때 통지 대상을 ‘검사,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서 ‘사법경찰관, 피해자, 피고인’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수사권 조정 뒤에도 공판에 관여하는 것은 검사이고,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경우 그 집행을 지휘하는 주체도 여전히 검사”라고 지적했다. 또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수사’를 삭제하는 것이 “필요가 있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사의 직접 수사권한이 폐지되더라도 검사는 보완수사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영장의 청구 및 집행 지휘, 증거보전의 청구 등 수사와 관련한 행동을 담당해 여전히 수사에 관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협력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경우를 ‘검사에게 송치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 등으로부터 이의신청을 받은 경우’를 추가한 조항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조항 때문에 경찰의 부실수사나 소극적 수사 등으로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마저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있을 때만’ 검사가 개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법경찰관의 소극적 수사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단으로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시정조처 요구, 재수사 요구의 중요성이 더 커졌으므로, 각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경찰관이 위법한 체포·구속을 한 경우 검사가 가졌던 석방·송치명령권을 삭제하고, 대신 ‘검사는 석방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석방해야 한다’고 수정한 조항도 “검사의 인권보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검사가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해 피의자를 구속하지는 못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피의자의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는 경우에도 신속하고 적정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할 근거규정을 둘 필요는 없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사후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주체를 현행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 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사법경찰관’으로 바꾸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문언상 사법경찰관이 검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 수사단계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를 검사의 신청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12조 3항, 16조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시행일을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로 정한다’는 유예기간도 너무 짧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은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로서 검경의 조직, 인적·물적 여건 등에 관하여 상당한 변화와 준비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므로,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준비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이 법 시행 당시 검찰에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이 승계한다’는 부칙에 대해서도 “적정한 사건 처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법 시행 전 검찰이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검찰에서 처리하게 하고, 개정법 시행 뒤 수사가 개시되는 사건부터 개정법을 적용하도록 수정할 필요 없는지 추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검찰의 업무, 조직, 권한 등에 관한 것으로, 행정부 업무분장에 관한 사항이고 법원의 재판제도 등과는 직접 관련성이 없거나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 의견 제시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검찰청법) 개정의 장·단점, 국민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사회의 안전보장에 끼치는 영향,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가능성, 수사역량 및 전체 형사사법체계에 끼칠 영향, 해외 입법례 및 유사법률 비교 등 제반 사정을 국회에서 면밀히 살펴 개정 여부를 결정할 내용이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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