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아침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해외 도박사이트 운영사의 ‘창립 이사(Incorporator)’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회사 설립에 처음부터 관여했다는 의미라서 “아들은 직원이었을 뿐 사업 영역에 관여하지 않는다”던 박 후보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일 <한겨레> 취재결과, 박 후보자의 아들(39)은 캐나다에 있는 엔서스(NSUS)그룹의 법인설립인가증에 초대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캐나다에서 법인을 설립한 엔서스그룹은 계열사 ‘엔서스 인터랙티브’를 통해 도박사이트 ‘지지포커’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이 도박사이트는 2020년부터 한국 내 접속을 차단했지만, 국내 사용자들은 여전히 우회 접속을 하고 있다.
엔서스(NSUS)그룹의 법인설립인가증에 박진 후보자의 아들 박아무개씨가 창립 이사로 이름이 올라와 있다. 붉은 동그라미 안이 박 후보자의 아들 이름.
캐나다 기업 공시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자의 아들은 2018년 8월30일 법인 설립 이후 그해 11월에 이사회 명단에서 빠졌다. 이후 그는 엔서스그룹의 운영부사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에는 “(아들) 박씨가 2018년 12월11일 운영부사장으로 채용됐고 현재는 운영관리자로 근무 중”이라는 엔서스그룹 명의의 서신이 첨부됐다. 하지만 이 서신에는 박 후보자 아들이 초대 이사회의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은 적혀 있지 않았다.
엔서스그룹은 ‘조세회피’를 위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동명의 회사와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유출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폰세카의 세계 페이퍼컴퍼니 자료에도 엔서스그룹이라는 회사가 거론되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라인 카지노 슬롯게임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탈세하는 창구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페이퍼컴퍼니의 이사였던 김아무개씨는 엔서스그룹에도 박 후보자 아들과 함께 창립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캐나다에 있는 회사가 꼭대기 회사로서 여러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뿌려놓은 구조로 의심된다”며 “이사로 등재된 사람이 조세회피의 구조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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