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국회 직원들이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4일 국민의힘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 연기를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청문회 불참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해진 일정대로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태도여서 파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사 청문회에서는 ‘아빠 찬스’와 ‘사외이사 이해충돌’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 정의 “자료 제출 불성실”…한덕수 청문회 연기 요청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한 후보자 쪽은 여전히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 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 등의 이유를 들어 자료를 주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에 청문회 연기를 요구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소속 민주·정의당 의원 8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필수적인 자료가 부재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면 국민이 고위공직자를 철저히 검증하라며 국회에 위임해준 권한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에게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김앤장 고문을 오가며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사실과 이해충돌 논란, 주택임대 논란 등이 제기된 상태다. 그는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뒤인 2017~2022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지내면서 총 19억7748만원을 받았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고 물러난 지 4개월 뒤인 2002년 11월~2003년 7월에도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는데 이 시기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진행하던 시기였다.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 김앤장이었다. 이 때문에 한 후보자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통상 분야에서 일했던 고위 ‘전관’으로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또 서울 종로구의 단독주택을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에이티앤티(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손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임대했다. 이 기간은 한 후보자가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지낸 시기와 겹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청문회 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참할 뜻을 내비쳤다.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이 상태로 청문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허술한 검증에 들러리 서는 꼴이라 25일 예정된 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거부의 뜻을 보였다.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무리한 자료 요구를 한다며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달라”고 말했다.
국회법상 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정치권에서는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기 요구가 ‘기싸움’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아빠 찬스’와 ‘사외이사’ 문제 쟁점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정 후보자의 아들은 경북대병원 재검을 통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고, 2017~2018년 두 자녀가 아버지가 근무하던 경북대 의대로 편입하며 특혜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난해 자신이 한국알콜그룹 계열 화학소재 회사인 이엔에프(ENF)테크놀로지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할 때 아들이 한국알콜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입사했다. 아울러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19명의 후보자 중 무려 7명의 사외이사 경력도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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