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미국 워싱턴 디시에서 열린 풀브라이트 장학회 창설 60주년 기념 미술동문전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당시 주미대사)와 배우자 최아영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주미대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 전시회에 배우자 최아영씨가 유일하게 동문이 아닌 ‘특별 초대 작가’로 참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가 ‘남편 찬스’로 주요 해외 전시회에 이름을 올려 작가 이력을 쌓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일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관리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을 보면, 한 후보자의 배우자 최씨는 지난 2010년 미국 뉴욕, 워싱턴 디시(DC), 서울에서 차례로 열린 풀브라이트 장학회 창설 60주년 기념 미술동문전에 유일한 ‘스페셜게스트’(특별 초대 작가)로 참여했다. 이 전시에는 미국 작가 13명과 한국 작가 22명이 참가했는데, 총 35명의 참여 작가 가운데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아닌 사람은 최씨가 유일했다. 최씨를 이 전시회에 초대한 사유에 대해 한미교육위원단은 “전시회 초대사유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이 한덕수 후보자 배우자가 전시한 작품이다.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회 창설 60주년 기념 미술동문전 팸플릿 갈무리.
당시 자료를 보면 풀브라이트 60주년 기념행사와 전시회 모두 주미 대한민국대사관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주미대사는 한 후보자였다. 전시회는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미 한국대사관의 공동후원으로 개최됐고, 미국 워싱턴 디시 전시회는 아예 주미 한국대사관의 문화 공간인 ‘코러스 하우스’에서 열었다. 풀브라이트 동문회에서 발간한 ‘풀브라이트 60주년 기념 서적’을 보면, 한 후보자는 2010년 7월23일 풀브라이트 60주년 기념행사를 자신의 관저에서 직접 주최한 것으로 나타난다.
‘ 풀브라이트 전시회 출품 이력 ’은 국내 예술가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스펙 ’으로 통한다. 회화 작가로 활동 중인 김아무개(32)씨는 “전업 작가들에게 이력 한 줄 만드는 거 자체가 피 튀기는 싸움 ”이라며 “ 풀브라이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작가들 모두가 원하는 장학재단이다 . 그런 재단의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이력이 있으면 그게 물꼬가 되어서 다른 갤러리나 공모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작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 말했다 . 한 후보자의 배우자 최씨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창회 누리집에 게재한 자신의 이력에 2010년 풀브라이트 동문 전시회를 포함시켰다. 최씨는 풀브라이트 전시 참여 2년 뒤인 2012년 10월을 시작으로 모두 3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효성그룹과 부영주택 등에 그림을 팔기도 했다.
한 후보자 쪽은 “전시 자체가 비상업적 공익 전시였고 최아영씨는 주최 측의 요청에 여러번 고사한 끝에 초청 작가로 참여했다. 양국 우호증진과 문화예술 협력 강화, 동포사회 지원 등의 취지를 감안해 응한 것일 뿐 특혜나 금전적 지원은 없었다. 한 후보자가 주미대사로서 영향을 미친 일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최씨가 주미대사관 후원 전시회에 참가한 것은 이 때뿐만이 아니다. 앞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실은 한 후보자가 주미대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배우자 최씨가 미국에서 참여한 5차례의 전시회 가운데 4차례가 주미대사관 개최 전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쪽은 “단체전 참가는 예술가 자격으로 했다. 주미대사 부인으로서 양국 우호 증진도 고려했다. 후보자의 배우자가 먼저 요청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주최 측 요청을 여러 번 사양하다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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