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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간첩 조작’ 연루 검사가 공직기강비서관…공정·상식 맞나

등록 2022-05-05 19:23수정 2022-05-06 09:53

이시원 내정자, 당시 담당 검사
검찰, 날조 혐의에 ‘봐주기 수사’
정직 1개월 징계 뒤 명예퇴직
“선량한 시민 간첩 만든 사건…
공직기강 세우겠다니 황당”
<뉴스타파>에서 취재한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에서 취재한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실의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되면서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고·날조 혐의로 고소됐지만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면죄부를 받았던 그가 내부 감찰을 맡는 핵심 보직에 기용되는 게 공정과 상식에 맞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13년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언론에 대서특필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었다. 탈북한 유우성씨가 서울시에 취직해 200여명의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혐의였으며, 이 사건의 담당검사가 이시원 내정자였다. 그러나 공판 과정에서 수사가 날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동생 유가려씨의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진술이었는데, 유가려씨가 국정원의 협박과 가혹행위에 거짓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당시 이 내정자는 중국 공안이 발급했다는 유우성씨 출입경 기록 등을 항소심 법원에 제출하며 ”유우성씨는 간첩이 맞다”고 강변했지만, 유씨 출입경 기록은 조작된 문건이었다.

간첩 조작 사건이 드러나자 검찰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2014년 이 검사에게 정직 1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2018년 7월 그는 명예퇴직 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간첩 조작 사건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2019년 2월 과거사위는 이 내정자 등이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유가려씨를 불법 구금하고 변호인 접견을 차단했고 △유우성씨가 북한에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숨겼으며 △거짓으로 작성된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과 의견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사과를 권고했다. 이 내정자가 사건이 조작됐음을 알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판단이었다. 유우성씨는 이를 근거로 국가보안법의 무고·날조 혐의로 이 내정자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2020년 4월 “증거나 진술이 누락된 사실을 몰랐다”는 이 내정자의 소명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다. 이 내정자가 ”변호인 접견 허용과 관련, 국정원이 먼저 빗장을 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유가려씨 변호인 접견 차단 문제를 국정원과 협의한 내부문건을 확인하고도 불기소 처분한 ‘봐주기 수사’였다. 명예퇴직 뒤 국내 대형로펌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내정자 기용에 검찰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분이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뜨악했다”며 “공정과 상식에 맞는 인사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본인 자체가 흠이 있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어떻게 공직기강을 잡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유우성씨의 변호인단이었던 장경욱 변호사도 “공직기강 관련 일을 하려면 본인이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데 (이 내정자는) 지금까지 피해자한테 사과 한마디 없이 회피만 했다”며 “역사의 진실은 분명하게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 국정원의 조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사람을 통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대통령실 핵심보직에 검찰 인맥은 주요하게 포진됐다. 대통령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운영지원과장이었던 윤재순 부천지청 사무국장이 내정됐다. 인사비서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유력하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5일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6일 안보실 인선을 하고 7일이나 8일에 나머지 (인선)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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