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물가는 민생 안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새 정부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서 국민들의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원 코로나19 피해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가 올라가면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원자재 가격 강세, 소비 회복,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고려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까지 올려 잡았다. 이는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전망을 4.5%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실제는 5%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국민의 체감 물가는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나선 건, ‘추경 집행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이 이런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영세 자영업자가 숨 넘어가는데 그것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그럼 추경 안 하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정부의 재산권 행사 제약 조치로 인해서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지금 거의 숨이 넘어가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신속하게 생활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재정 당국에서 신속하게 추경안을 집행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대통령실 쪽에서는 이번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으로 이전지출(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지급하는 소득의 이전)이 발생하는데 현금을 받은 개인이 소비를 할 수도 있고 저축을 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지출해서 직접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것보다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물가 상승 요인은 수요 측면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요적 측면의 요인은 한국은행을 비롯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곳, 거시경제정책 부서에서 면밀히 보고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공급측 요인”이라며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고, (이걸 해결하는데)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할 일은 경제주체가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데 이번에 통과된 추경안도 그런 내용”이라며 “또 각 경제주체의 물가 기대심리를 안정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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