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26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내 교수연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공백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는 10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윤석열 정부의 첫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언석(국민의힘)·진성준(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전임 원내대표 간 합의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재론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국회의장단부터 선출하자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쪽은 소득 없이 헤어졌다.
인사청문 기한이 만료된 공직 후보자의 경우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고 그 기한이 지나면 인사청문회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한은 지난 7일이었으며, 10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치는 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국회 공백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체 없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임명을 예고한 것이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길어지면 윤 대통령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 패싱’ 뒤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 전력과 논문 중복 게재가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는 박 후보자의 경우 인선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안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박 후보자 음주운전의 경우 특히 옹호가 안 된다”며 “우리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의원의 음주운전을 그렇게 공격했는데 이걸 뭉개는 건 국민들이 보기에도 납득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2001년 혈중알코올농도 0.251%(면허취소 기준 0.1%)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거듭되는 검증 실패가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면 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박 후보자 임명을) 재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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