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더 자유롭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고 함께 실천할 때 혁신은 이뤄지는 것”이라며 졸업생들을 독려했다. 대통령이 방문하는 장소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상징성’을 띠게 마련이다. 여러 대학 중에서 대통령실이 연세대를 콕 집어 고른 뒷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이 이날 연세대 학위수여식에 참석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제한됐던 대면 졸업식이 최근 재개됨에 따라 청년들을 직접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실무진들이 미리 연세대를 비롯한 몇몇 학교를 후보군으로 추렸고,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일정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연세대를 최종 낙점하고 대통령실 쪽에서 연세대에 먼저 제안을 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얘기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방문 장소를 선택할 때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가 고려된다. 전직 대통령 중 김영삼·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학 졸업식을 방문한 바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지원’ 뜻을 보여주기 위해 이화여대 졸업식 참석을 선택했다.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각각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와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졸업식에 참석해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이 축사에 담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메시지를 담을 ‘그릇’이 왜 연세대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쪽에선 연세대가 후보에 오른 건 애초 윤 대통령의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이 학교에서 근무했다는 점과 윤 대통령이 어릴 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거주했다는 점 등 ‘개인적인 인연’이 고려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모교인 서울대가 아닌 집에서 가까운 연세대 도서관을 주로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세대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 또 아름다운 연세의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졌고 많은 연세인과 각별한 우정을 나눴다”며 “연세의 교정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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