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최근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공개 발언한 데 대해 친이낙연계가 “마녀사냥식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당 통합·쇄신의 주축이 돼야 할 혁신위원장이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고, 이를 단초로 당내 균열이 다시 부각되는 형국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설훈 민주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명정대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발언을 쏟아낸 속내는 뭔가. 쓴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인을 지목해 모욕적인 언사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혁신이라면 김은경 혁신위는 재정비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앞서 16일 김 위원장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을 저격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인터뷰에서 “절체절명 상황에서 당 원로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거나 “분열은 혁신의 대상”이라고도 말했다.
‘김은경 혁신위’는 인적 구성 등으로 인해 ‘친이재명(친명) 혁신위’라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출범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친이낙연(친낙)계가 공세에 나선 것이다. 설훈 의원은 “다름을 포용하고 존중하며 집단지성을 성숙시켜왔던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라며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가치와 민주당의 정체성부터 제대로 공부하시라”고 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가 자기 계파를 살리려고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19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만찬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친낙계에선 ‘이런 상황에서 회동이 무슨 소용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또다른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말하며 오히려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는데 그걸 제약하는 건, 결국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혁신위’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혁신위를 해체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하던 1호 혁신안(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이 겨우 당내 비주류들에 의해 견인되던 차에 김 위원장이 계파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꼴이 되자 혁신위도 난감한 기색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김 위원장 발언의 취지는 이 전 대표께 ‘당의 어른으로서 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주시라’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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