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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인사 폭주’, 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논썰]

등록 2023-09-16 09:00수정 2023-09-16 15:07

국회 동의 필요…‘오기 인사’ 첫 제동 걸리나
‘대통령 40년 지기’ 지명, 삼권분립 위태
땅·주식 잇단 의혹에 “법 몰랐다” 해명도 ‘황당’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여러 분야에서 민심에 눈과 귀를 닫고 ‘마이웨이 폭주’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게 퇴행과 오기로 점철된 인사 문제입니다.

신원식·유인촌·김행, 또 ‘오기·퇴행 인사’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습니다.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증거가 드러나 야당이 탄핵을 벼르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서둘러 교체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게다가 신원식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홍범도 장군을 “뼛 속까지 빨간 공산당원”이라고 비난하고,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대령을 향해 “3류 저질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작심한 거냐”고 공격한 인물입니다. 12·12 쿠데타에 대해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본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2019년 태극기 집회에서는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극언도 했습니다.

또 유인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3년간 문체부 장관을 지낸 ‘엠비맨’입니다. 장관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에게 ‘사진 찍지마, ××’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행 후보자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입니다. 김 후보자는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어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관 후보자 지명 하루 만에 해당 부처를 없애겠다고 당당하게 공언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새로운 국정의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과거로 회귀하고 극우적 색채를 강화한 개각 인선입니다.

이동관, 16번째 인사청문보고서 없는 임명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언론 장악의 막후 지휘자로 지목돼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친 인물입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는데도 윤 대통령은 임명을 밀어붙였습니다.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6번째 고위공직자입니다.

15번째 사례는 지난 7월 임명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김영호 장관은 얼마 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5000만 국민이 주권을 가지면 무정부 상태’라고 헌법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아무리 부적절하고 자격 미달인 인물이어도 오기로 밀어붙이는 게 윤 대통령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그보다 앞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4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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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박진(외교부)·이상민(행정안전부)·원희룡(국토교통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한동훈(법무부)·김현숙(여성가족부)·박순애·이주호(교육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이원석 검찰총장,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지금도 물의를 빚고 있는 인물이 여럿 보입니다. 이 가운데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의 경우 ‘만취 운전’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가 불과 34일 만에 ‘만 5살 입학’ 파문으로 물러났습니다. 오기 인사의 실패를 보여준 사례이지만, 그 뒤에도 윤 대통령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 3명도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또 국회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할 게 뻔해 보입니다.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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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후보자에 주목하는 이유

이처럼 대통령이 아무리 독단적 인사를 해도 현행 제도는 이를 견제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모두 국회 동의를 받아야만 임명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인사청문회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정도입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입니다. 현 정부에서 국회가 임명동의권을 통해 대통령의 독단적 인사에 제동을 거는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균용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19~20일 열립니다. 이미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자질 논란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심판관이 되어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후보자의 대법원장 자격을 직접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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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땅 투기 및 농지법 위반 의혹

이 후보자는 1987년 서울에 거주하면서도 부산 동래구 명장동 530-2번지 땅을 사들였습니다. 장인과 처남 등 3명과 지분을 4분의 1씩 나눴습니다. 당시는 부동산 투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던 시기입니다. 게다가 이 땅의 지목은 ‘답’(畓), 즉 논입니다. 당시 정부는 농지 투기 억제를 위해 직접 농사지을 수 있는 거리(통상 4㎞)에 최소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만 농지를 살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농지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은 헌법에까지 규정된 대원칙입니다.

헌법 제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이 원칙과 제한 규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습니다. “해당 지목은 ‘답’이었으나 이미 취득 당시 논이 아닌 잡종지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농지 관련 법령 위반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이런 식으로 법을 해석하면, 경자유전 원칙이나 농지 취득 제한 규정은 아무 소용이 없어집니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원칙적으로 농지를 잡종지로 쓰면 잡종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은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는 법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 셈입니다. 법을 농단하는 태도입니다.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매우 심각한 흠결입니다.

이 후보자는 이 땅을 2013년 되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렸습니다. 1년여 뒤 이 일대는 아파트 개발 구역에 편입됐습니다.

또다른 땅도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부산 땅을 산 것과 비슷한 시기에 경북 경주 땅 3필지 3천여평도 샀습니다. 역시 가족들이 지분을 쪼개 사들였습니다. 이 땅들은 현재 수풀에 뒤덮여 방치돼 있거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렇게 특별한 용도도 없이 땅을 사들여 방치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 역시 투기 정황이 짙습니다.

[논썰] ‘막말러’ 장관 지명, 윤 대통령 ‘인사 폭주’…대법원장 후보 35년 만에 부결될까.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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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의혹

이 후보자의 부인은 2000년 7월 부산 북구 만덕동 임야 4만5291㎡에 대한 4분의 1 지분을 취득했습니다. 부동산등기부 등본에는 매매를 통해 취득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 땅을 판 사람은 바로 부인의 아버지였습니다. 1999년 땅을 매입해 9개월 만에 세 자녀에게 나눠준 것입니다. 증여를 매매로 위장해 증여세를 탈루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실제 세무당국은 ‘현금 증여’로 판단해 2002년 4월 증여세 88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세 자녀는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토지 매입 대금(23억원)이 아니라 토지 자체를 증여받은 것이니까 토지의 공시지가(4억4천만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게 해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토지를 증여받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이후 이들이 증여세를 얼마나 납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성명을 내어 “증여 신고를 하지 않은 의혹과 관련하여 증여세 신고 여부 및 증여세 최종 납부 금액 등을 제출하기 바란다”며 철저한 소명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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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상장주식·자녀 해외재산 신고 누락

재산신고 누락 문제는 더 황당합니다. 이 후보자는 2010년 처음 재산공개를 할 때부터 본인과 부인, 자녀 명의의 비상장 주식을 계속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대법원장 후보자가 된 뒤에야 재산 목록에 포함시켜 공개했는데, 이들 비상장주식의 평가액 합계는 9억9천만원에 이릅니다.

재산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입니다. 행정부 공무원의 경우, 거짓 혹은 중과실로 3억원 이상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하면 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처분을 하게 돼 있습니다. 이 후보자의 누락 액수는 10억원에 이릅니다. 다른 직책도 아니고 사법부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법을 위반한 것 자체가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이 후보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들의 재산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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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법 몰랐다” 황당한 해명

더욱 큰 문제는 해명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이 후보자의 해명은 ‘최초 재산신고 당시 해당 주식은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과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바뀌어 재산등록 대상이 됐지만 이를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자를 먼저 보겠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바뀐 것을 미처 몰라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는 해명인데,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바뀐 것은 시행령이 아니고 법률 개정을 통해서였습니다. 경실련은 “대법원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법률과 시행령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하루아침에 드러날 사실을 청문회 기간 동안만 거짓말로 때우고 넘어가려 할 정도로 양심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후보자의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 내부통신망에 자세히 공지돼온 재산신고 기준을 몰랐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습니다.

다른 공직자도 아닌 법관이 관련 법률 개정을 몰라 재산신고를 누락했다니, 게다가 법률이 바뀐 건지 시행령이 바뀐 건지도 확인하지 않고 해명을 했다니, 구차함을 넘어 법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모습입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최초 재산신고 당시 해당 주식은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었다’는 해명도 거짓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서동용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가 재산등록을 시작할 당시부터 관련 기준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소유자별 주식·국채 등 증권 합계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신고해야 합니다. 이 후보자의 첫 재산신고 때 부인이 1234만원어치의 상장 주식을 신고한 만큼 그때부터 비상장 주식도 함께 신고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 2020년 법 개정 전까지는 비상장주식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게 적법했다는 식으로 사실을 호도하려 한 셈입니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이렇게 땅·주식 등 재산과 관련된 잡음이 많았던 전례는 없습니다. 더구나 해명 과정이 법 왜곡과 거짓말, 무지로 점철돼 있습니다. 법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이끌 수장으로서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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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때부터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점이 주목됐습니다. 이 후보자는 대전고등법원장 때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이) 제 친한 친구의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도 수사에 대한 법리 자문을 구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법원장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사법부를 이끕니다. 대통령과 사적 친분을 지닌 인물은 오히려 배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 이 후보자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법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력이 있습니다. 판사들이 ‘정운호 게이트’ 관련 법관들에 대한 영장 사본 등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사건이었는데, 재판의 독립성을 해친 이런 행위가 “정당한 사법행정사무의 수행”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대법원장이 될 경우 재판의 독립성을 견고히 지켜나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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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대역행’ 판결 성향, 법원 내 평가도 하위권

이 후보자는 2020년 12살 어린이를 성폭행한 20대 남성의 형량을 징역 10년에서 7년으로 감형하는가 하면, 2020년 가정폭력을 일삼다 아내의 복부를 발로 여러 차례 밟아 숨지게 한 남성에 대해서도 징역 10년을 7년으로 감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밖에도 ‘n번방 사건’ 등 성착취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당시에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착취 사건에서 다수의 감형 판결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57개 여성단체는 성명을 내어 “과거 재판 과정에서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을 해왔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법원 내 평가도 좋지 않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가 법원장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법원 구성원들의 다면평가에서 대부분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습니다. 최근인 대전고등법원장 재임 시절인 2021년 상·하반기와 2022년 상·하반기에 이 후보자는 뒤에서 5번째→3번째→2번째→2번째를 기록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이런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꽤 여러 분들이 이균용 후보자에 대해서 발언을 했습니다. 워크숍 때 특히 최기상 의원 같은 경우에는….”

진행자 “판사 출신이시죠?”

이소영 “판사 출신이기도 하고, 전국판사회의 의장을 하셨던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최기상 의원이 가장 먼저 손들고 나와서 이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우리가 평범한 일반적 판사들이 예컨대 적어도 100점 중에 80점은 돼야 된다고 한다면 대법관은 적어도 90점은 돼야 되는 사람이고 대법원장이라고 하면 95점은 돼야 되는 사람이고 이게 눈높이, 기준이 굉장히 높아야 되는 건데 이균용 후보자라고 하는 분은 오늘의 작금의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판단과 가치관을 가진 분이고 그리고 법원 내에서도 존경받는 그런 분이 아니다. 대법원장에 걸맞는 그 기준을 채울 수 있는 분이 아니다.”

(8월2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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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대법원장 인준 부결 사태 올까

국회가 대법원장 인준을 부결시킨 전례는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유일합니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 열기가 가득하던 시기입니다. 판사들이 성명을 발표하며 ‘사법부 수장 등 대법원의 면모 일신’을 요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군사정권에 협력하며 출세한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정기승 대법관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사법부 장악 의도라는 비판은 당연했습니다. 당시 야당이기는 했지만 과거 군사정권의 한 축이었던 김종필 공화당 총재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 대신, 과거에 매여있는 인물, 대통령이 다루기 쉬운 인물을 선택한 결과는 초유의 대법원장 인준 부결 사태였습니다.

정치적 타격을 입은 노태우 대통령은 이후 이일규 전 대법관을 다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이일규 전 대법관은 군사독재 시대에도 간첩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의 불법 장기구금과 신체상 부당 대우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가 하면 수많은 소수의견을 내는 등 소신을 지킨 판사였습니다. 그는 대법원장 지명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는 청와대 쪽에 사법부 독립 보장을 요구했고 노태우 정권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35년이나 지난 지금, 대통령의 ‘40년 지기’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는 역사의 퇴행이 벌어졌습니다. 과거 대법원장 후보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재산 관련 추문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역사상 대법원장 인준 부결이 단 한차례에 그쳤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회 의석 분포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적어도 삼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에 걸맞은 자질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서 한계선을 넘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장도 다른 인사와 마찬가지로 오기와 독단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투표는 ‘오기 인사의 심판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균용 후보자는 명예롭지 않은 이유로 35년 만에 가장 주목받는 대법원장 후보자가 됐습니다. 이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논썰’이 함께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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