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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10억 재산 누락 이균용 ‘징계감’…공무원 판결 보니

등록 2023-09-15 06:00수정 2023-09-15 12:56

1억 누락 공무원도 징계…불복소송 패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0억원에 가까운 비상장주식과 자녀의 국외재산을 장기간 신고하지 않아 논란인 가운데 이 후보자보다 경미한 액수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행정부가 징계 처분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며 “가족이 알려주지 않았다”, “잘 몰랐을 뿐 고의는 없었다”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후보자 역시 ‘제도가 바뀐 것을 몰랐다’, ‘자녀의 재산이라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14일 한겨레가 확인한 허위 재산신고로 인한 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 판결문들을 보면, 이 후보자보다 경미한 경우에도 견책, 감봉, 과태료 처분 등이 내려졌고, 이들은 모두 불복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학 교수 ㄱ씨는 2018년 자신의 건물을 빌려줬다는 사실은 신고하면서도 4억1000만원의 전세금(채무)은 누락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중대한 과실”이라며 교육부장관에게 ㄱ씨 징계의결을 요청했고, 해당 대학교는 ㄱ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ㄱ씨는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ㄱ씨는 “학교의 안내가 소홀했고 나의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세금 신고를 누락한 것이지,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산신고 안내서에 신고방법, 누락 시 처분 등이 잘 소개된 점 등을 들어 ㄱ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내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주의하게 신고한 뒤, 누락 재산이 발견되면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공무원 ㄴ씨도 부모 명의의 예금 계좌 12개(합계 1억1258만여원) 등 총 1억1389만여원을 신고하지 않아 경고 처분을 받고 감찰 대상이 됐다. ㄴ씨는 “재산신고 당시 부모가 예금 내역을 알려주기를 거부했다”며 “중대한 과실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누락 금액이 ㄴ씨 등록 재산의 40%에 달하고 1억원이 넘는 거액이었던 점 등을 들어 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 △6억원 상당의 전세권(채권) 신고를 누락한 세무 공무원(과태료) △국유지에 불법건축물을 짓고, 거기서 얻은 임대 수익을 등록하지 않은 지방 공무원(감봉 1개월) △자신과 배우자의 전세금(채무) 총 12억4000만원을 누락한 서기관(견책) △배우자와 자녀의 빚 1억2490만여원을 덜 신고한 소방 공무원(견책) △자신과 배우자 예금과 금융채무, 자동차 등 총 1억474만여원을 잘못 신고한 중앙 부처 공무원(견책) 등은 모두 불복 소송에서 졌다.

대법원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2023년 ‘재산등록(변동)사항 신고 안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
대법원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2023년 ‘재산등록(변동)사항 신고 안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

이 후보자는 비상장주식(평가액 합계 9억9천만원) 미신고에 대해 “처가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고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3년 재산신고 안내’를 보면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변경됐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안내됐으며, 특히 2023년에는 “비상장주식 등의 불성실 신고로 보완명령을 받는 사람이 많다. 반드시 ‘비상장주식 신고안내’를 확인해주시길 바란다”라는 공지도 있었다. 이 후보자와 가족은 2020~2022년 3년간 해당 비상장주식 덕분에 배당금 1억2670만원을을 받았기 때문에 ‘잊고 지냈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자는 자녀들의 국외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해외에 체류해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의 아들과 딸은 2010년대 중반부터 국외에서 경제활동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29일 딸이 국외계좌 잔고(약 2300만원)를 신고한 것 말고는 이 후보자의 재산이 공개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자녀의 국외재산은 신고되지 않았다.

정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 등에 설치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 재산등록을 심사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한다. 정부는 거짓 혹은 중과실로 3억원 이상을 누락한 경우 ‘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는 세부 기준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내부 기준을 갖고 있다. 이 기준을 참고해 재산공개대상자의 신고 내역을 심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산공개 대상자는 비공개 대상자보다 엄격하게 평가한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원은 “심사 기준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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