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맨 오른쪽)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오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2시간 동안 오찬을 하고 당과 대통령실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혁신위원회와 김 대표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김 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오늘 (낮) 12시2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 간의 비공개 오찬 회동이 있었다”며 “어려운 민생을 챙기는 정책,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당과 대통령실 간의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김 대표를 포함해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 의장, 이만희 사무총장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대기 비서실장, 이관섭 정책실장, 지난달 30일 새로 임명된 한오섭 정무수석,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가 만난 것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10월18일 오찬 뒤 한달 반 만이었다. 오찬 일정은 지난 4일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가덕도 신공항, 북항 개발 등 부산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과 글로벌 국제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야당에도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은 회동 시기 때문에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압박을 받아왔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이 안건을 최고위원회에 상정 요청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혁신위 안에서는 김기현 지도부가 안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혁신위를 조기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민감한’ 시기에 김기현 지도부를 용산으로 불러 2시간가량의 오찬을 함으로써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이 없다면 윤 대통령이 뭐 하러 식사 자리를 만들었겠냐. 내년 총선까지 ‘김기현 지도부 유지’가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오찬 뒤 확연히 홀가분해진 분위기로 기자들의 물음에 응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혁신위 관련 물음에 “당은 계속 혁신해 가야 한다”고 짧게 답했던 그는 오찬 뒤에는 “두 시간 이야기했으니 여러 얘기를 많이 했다. 몇 마디만 했겠느냐”며 “난 힘 빠진 적이 없는데, 김기현이 힘 빠져 보였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은 직접 (윤 대통령을) 못 만나지만, 난 직접 만나서 서너 시간 얘기하고 하루에 서너번씩 통화한다. 내가 겪어본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중에 가장 소통이 잘되고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울산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연 것에 관해서도 “그거 갖고 왜 울산에 가냐고 물으면 왜 퇴근하고 집에 가느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며 거듭 울산 출마 의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실 쪽 참석자는 한겨레에 “혁신위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꺼렸다.
김 대표는 6일 오후 인요한 위원장도 만날 예정이다. ‘윤심’을 확인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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