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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300만 재외국민 “유예된 참정권 언제 주나”

등록 2007-12-17 08:50수정 2007-12-24 11:04

후보별 재외국민 관련 정책 비교
후보별 재외국민 관련 정책 비교
[아웃사이더에게 대선을 묻다] ④ 재외국민

“외환위기 땐 ‘금 모으기 운동’에도 동참하고 피땀 흘려 번 돈을 고국에 아낌없이 송금했어요. 하지만 2002년에도, 이번에도 우린 그저 구경꾼에 불과합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출판 관련 사업을 하는 이영주(57)씨와 고성훈(37)씨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는 남의 일일 뿐이다. 한국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사업이 바빠서가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영주권자’인 이들은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투표권이 없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 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법 개정 시한을 2008년 말까지 유예한 탓에 이들의 투표권 행사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헌소 “투표권 불허는 기본권 침해“ 판결 불구
공직선거법 개정시한은 내년말…현실화까진 거리
대선후보들 ‘총선부터 투표권 부여’ 일단 긍정적

아예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 외국 영주권자와 달리,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으면서도 국외에 나가 있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상사 주재원, 유학생, 외교관 등 국외 체류자들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독일 남성과 결혼해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효순(47)씨는 지난 15일 1백만원이 넘는 비행기삯을 들여 일시 귀국했다. 그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국민의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이렇게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자료를 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19살 이상의 외국 영주권자는 145만명이고 국외 체류자는 155만명에 이른다. 지난 15대·16대 대선 당시 1·2위 후보 사이의 표차가 각각 39만표와 57만표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들의 잠재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영주씨는 “참정권 회복이야말로 지금까지 동포들이 고국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데 대한 최소한의 대가”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여권만 가지고 있을 뿐 실제 조국의 정치 현실에 참여할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 표’에 애착을 갖는 것은 유권자가 돼야 이중국적 문제나 재외동포기본법 등 동포사회의 숙원 사업들에 정부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고성훈씨는 “투표권이 없다보니 대선 후보들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깊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며 “투표권이 주어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국가와 우리의 관계가 동등해진다”고 말했다.

인터넷언론 <세계로신문>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내년 총선부터 재외국민 참정권이 도입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표 참조) 하지만 이런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법 개정 시한이 2008년인 만큼 정치권의 득실 계산에 따라 법 개정이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투표일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에는 투표권 있는 국외 체류자들이 집단적으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재외국민참정권연대와 함께 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내년 총선부터 영주권자를 포함한 재외국민 모두가 외국에서 직접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양창영 재외국민참정권연대 대표(호서대 교수)는 “재외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같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외국민 참정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터키 뿐”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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