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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중 초선정치인 2명…박사·교수 출신 7명
관료출신 한명도 없어…“이 당선인 부담 클듯”
관료출신 한명도 없어…“이 당선인 부담 클듯”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발표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면면을 보면, 역대 정부에 비해 교수 출신 인사들이 압도적이란 게 눈에 띈다. 관료나 정치 경력이 오랜 인사들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이전 정부와는 운용이나 성격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일 발표한 유우익 대통령실장을 포함해 9명의 청와대 실장 및 수석비서관·대변인(경호처장 제외)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인 배제, 전문가 등용’이다. 정치인 출신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정무수석에 각각 내정된 이주호·박재완 의원 등 2명이 전부다. 그나마 이들도 모두 교수 출신의 초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인이라기보단 ‘정책 전문가’ 성격이 더 강하다. 나머지 7명 중엔 현직 교수가 5명, 법조인·언론인 출신이 각 1명이다. 9명 가운데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 출신이 무려 7명이고, 이 중 6명이 ‘미국 박사’다. 유우익 대통령실장만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했다. 수석비서관들은 대체로 이념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유연하고 합리적이란 게 중평이다. 이는 ‘정치’보다 ‘정책 운용’을 우선에 두고, 실무형의 전문가를 선호하는 이 당선인 인사 스타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명박 당선인은 10일 수석비서관 인선을 발표하면서 “능력 있고,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을 선택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모르겠으나, 저와 함께 일한다면 ‘두잉 베스트’(Doing Best, 최선을 다함)는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관료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공무원에 대한 이 당선인의 인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에서 논의한 정책들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외과)는 이번 청와대 인선에 대해 “청와대 수석들이 정치 영역에 뛰어들었던 과거와 달리, 마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비서진으로 국한시켜 ‘일 중심’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달리 표현하면, 실세 측근에게 비서실 운용과 정책 조율을 일정 부분 위임하기보다는 이 당선자가 직접 나서 수석비서관들을 지휘하며 정책 조율을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에선 이원종 정무수석이, 김대중 정부에선 한광옥·박지원 비서실장이 상당 부분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정무적 판단을 하면서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운영에 간여했다. 새 정부 청와대에선 그런 위상을 가진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당선인의 평소 스타일처럼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과 직접 소통하고 직접 지시를 내리는 일이 잦아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서서 각 수석비서관은 물론 부처 장관들까지 총괄하는 ‘허브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주요한 정치·정책적 판단을 도맡다시피 하는 이런 구조의 청와대 비서실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밀어붙이려 할 때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인사나 시스템이 청와대 내부에 없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새 정부의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정무 기능과 내각총괄 기능을 사실상 전담케 하는 구조”라며 “대통령의 업무 부담이 너무 커 정무적 판단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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