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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평생 불태운 삶처럼…떠나는 날 ‘뜨거운 햇살’

등록 2009-08-23 19:58수정 2009-08-23 23:06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운구 행렬이, 23일 오후 서울 국회 앞마당에서 엄수된 영결식이 끝난 뒤 시민들의 애도 속에 국회 정문을 나서고 있다. 운구 행렬은 동교동 김대중도서관과 자택, 서울광장을 거쳐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운구 행렬이, 23일 오후 서울 국회 앞마당에서 엄수된 영결식이 끝난 뒤 시민들의 애도 속에 국회 정문을 나서고 있다. 운구 행렬은 동교동 김대중도서관과 자택, 서울광장을 거쳐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국회 영결식
“진정 국민이 주인인 세상을 열었다”
유족 등 국내외 인사 1만여명 애도
생전 영상·육성 흘러나오자 ‘술렁’

23일 오후 2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국장 영결식이 열린 국회 본관 앞마당에는 민주와 통일을 위해 한평생을 불태운 그의 삶처럼 8월 늦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쏟아져내렸다.

1시55분, 조악대의 유장한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영결식장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과 생전에 받은 무궁화대훈장·노벨평화상을 든 의장대가 운구차에 앞서 들어섰다. 뒤이어 부인 이희호씨와 유족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영결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늘어선 의장대는 ‘받들어총’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예를 표했다. 김 전 대통령과 마지막 작별을 나누기 위해 모인 국내외 인사 1만여명은 운구차가 도착하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영결식은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의 공동 사회로 시작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김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김홍업 전 의원은 영결식장 뒤에 날리는 조기를 침통한 표정으로 올려봤다. 부인 이희호씨와 큰아들 김홍일 전 의원, 셋째아들 김홍걸씨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겹겹의 하트 모양 조화장식 속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은 이 모두를 지켜보고 있었다.

장의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김 전 대통령 약력 보고가 이어졌다.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전 의원은 평생 동지와 함께한 풍상의 세월을 회고하는 듯 망연히 앉아 있었다.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총리는 조사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정치발전의 확고한 기틀을 닦으셨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의 큰길을 열고, 2000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일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 전 대통령 부부와 오랜 친구이자 동지인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할 때는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박 이사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독재정권 아래에서 숨쉬기조차 힘들 때,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희망이었다”며 “늘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지만 뜻을 꺾지 않으셨다. 이땅의 민주주의는 당신의 피와 눈물 속에서 피어났다. 당신이 일구어낸 민주사회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당신이 고마운 줄 몰랐다. 이제 살펴보니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며 “말씀대로 깨어 있겠습니다. 우리들이 깨어 있으면 당신이 곁에 계실 것을 믿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늘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선생님, 이제 그 존경과 사랑을 당신께 드립니다. 지난날은 진정 고단했으니,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는 인사로 추도사를 마쳤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는 천주교 제례 의식이 최창무 광주대교구장 집전으로 진행됐다. 이어 불교에서는 조계사 주지인 세민 스님, 개신교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삼환 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대표회장이, 원불교에서는 김혜봉 대전충남교구장이 20분 남짓 제례를 집전했다.

종교 의식이 끝나자 영결식장 양옆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흘러나왔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과 더불어 위대한 한국인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생생한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장내는 다시 한 번 술렁였다. 4분 동안 상영된 영상이 끝나자 부인 이희호씨와 유족들의 헌화 및 분향이 시작됐다. 주요 인사들의 헌화·분향이 끝나자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성악가 김영미씨와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이 추모곡으로 ‘그대 있음에’와 ‘우리의 소원’을 불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운구 경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운구 경로

땅 땅 땅. 3군 조총대의 조총 발사가 김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의 끝을 알렸다. “이제 고단한 삶 모두 편히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히 가십시오.” 사회를 맡았던 손숙 전 장관의 눈물 섞인 말을 끝으로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영결식 참석자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3시29분 김 전 대통령은 국회 영결식장을 나섰다. 국회가 기억할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지은 이경미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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