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코로나19 확산의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감염 폭발’의 허브 노릇을 한 신천지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선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과 정부엔 온갖 비판을 퍼부으면서도 신천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양새인데요. 과연 왜 그러는 것이고,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대책이라기보다 전국적인 사태가 된 만큼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책임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월 24일 신천지를 통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당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입니다. 황 대표는 일부 신천지 교인이 연락이 두절돼 방역이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특정 교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렇게 선을 그었습니다.
‘신천지에 책임을 떠밀어선 안된다’ 이런 인식은 미래통합당 지도부에선 보편적입니다.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도 26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비슷한 말을 합니다. “중국인에 대한,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제대로 펴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종교, 특정 집단에 대해서 탓만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의혹과 오해를 살 수 있다. 특정 종교 탓으로만 돌림으로써 국민적 어떤 분열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자, 어떻습니까.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삼는 책임 떠넘기기나 공격은 당연히 경계하고 피해야 하겠죠. 그러나 지금 본질은 ‘신천지 혐오’가 아닌 것 아닌가요. 방역을 위해 신천지가 해야 할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 그 때문에 한동안 잘 버텨오던 방역 시스템이 한순간에 뻥 뚫려버린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민들이 미래통합당에 묻는 것은 이런 질문 아닐까요.
코로나 19 사태의 분수령이 신천지 교단의 활동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은밀하게 전국에서 모여 오랜 시간 밀접접촉이 이뤄지는 활동 방식이 폭발적 집단 감염을 불렀고, 대구·경북 지역 감염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아가 전국 교인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며 전국적 확산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천지 교단 쪽의 비밀주의, 비협조가 정부의 방역 대응을 방해하고 힘을 분산시키면서 사회적 불안도 한층 높아진 상황입니다. 영국 BBC 방송은 ‘왜 한국에서 감염자 급증했나’라는 기사에서 “한국 확진 사례 가운데 절반 이상이 특정 종교 집단에 연결돼 있고, 비판적인 이들은 이 집단의 비밀스러운 속성 때문에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은 채로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정치권은 신천지의 전면적 협조를 촉구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대응에 힘을 실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바로 이런 점을 질문한 것인데, 황교안 대표나 조경태 최고위원은 엉뚱한 답을 내놓은 것입니다.
신천지라는 돌발적 기폭제에 대한 대응 방안 대신 황 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가 내놓는 건 이른바 ‘중국 눈치 보기’ 프레임입니다. 황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현재 가장 시급한 조치는 중국발 입국 금지”라며 “외부에서 밀려들어오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내에서만 감염병을 극복해 낼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염원(중국)에 입구를 열어 놓고 방역 대책을 해 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런 말로 ‘중국 책임론’만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중국 봉쇄’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시진핑 방한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을 바치고 있다. 국민 눈물을 닦아주기는 커녕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주장을 폈습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시중에 뭐라고 얘기하냐면 (문 대통령은) 중국 대통령이다” 이런 말까지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엔 대한민국 대통령이 필요하지, 중국 대통령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통합당 지도부의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를 도외시한 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감염원인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1월 20일이었죠. 이후 2월 18일 신천지 교인인 31번째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입국한 중국인 확진자는 6명에 그쳤습니다. 이 중 2명은 일본에서 감염된 뒤 입국한 터여서 실제 중국발 중국인 확진자는 4명이었습니다. 또 이들 모두 당국 통제 하에 관리되던 환자여서 2차 감염 등을 유발하지 않았습니다.
신천지 감염 사태 전후로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은 5명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중국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국내에 머물다 감염된 겁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2월 4일 특별입국절차 마련 이후 중국인 확진자는 5명이지만, 이들은 최근 중국에서 입국한 이들이 아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중국 후베이성 경유자 입국을 제한하는 조처만으로도 중국발 감염 관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31번째 환자가 나오면서 신천지발 충격이 한국을 덮친 겁니다. 이후 확진자 대부분은 신천지와 관련된 대구·경북 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2차, 3차 감염 또한 신천지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온당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부 대응도 순조롭게 진행돼오던 중국발 입국 관리보다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감염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겁니다. 실제 이후로도 중국인 입국자 중 확진자는 나오지 않는 반면, 신천지발 감염은 국내 이동망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중국 국적 확진자가 나왔지만, 오랫동안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채 대구에 머문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데도 통합당은 신천지엔 어떤 말도 하지 않으면서, 중국발 입국만 봉쇄하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국 눈치 보다 사태 키웠다’는 프레임으로 총선 앞두고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무책임한 선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럽에서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은 25일 국경 폐쇄 등의 봉쇄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은 “관련 회의 참가국 보건장관들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국경 문을 닫는 것이 현명하지 않고, (사태에) 비례하지 않으며, 효율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봉쇄가 아닌 통제와 관리가 더 효율적이라는 얘깁니다.
최근 정부·여당과 주로 각을 세워온 진중권씨도 강하게 통합당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진씨는 26일 페이스북에 ‘미래통합당은 국민선동 멈춰야’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진씨는 “미래통합당에서는 여전히 앵무새처럼 중국봉쇄 얘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략적인 이유에서 중국을 지목하는 것은 방역에 혼선만 초래할 뿐입니다. 도울 생각이 없다면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죠” 이렇게 통합당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 대표의 신천지 관련 발언에 대해 “신천지 측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황 대표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뭣이 중헌디”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심 대표는 “제2의 대구·경북을 막고 전국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 예배에 참석한 신천지 교인들을 신속히 파악해 전수검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천지 교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교회 측의 책임과 협력을 촉구하고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해야 했다”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지금은 감염 확산의 핵심 줄기를 차단하기 위해 분투할 때입니다. 지역감염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한 마지막 고비입니다. 물론 정부 당국이 중요한 순간에 긴장의 끈을 늦췄다거나 메시지 전달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따끔한 비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때리겠다는 정략적 의도 때문에 사실관계를 비틀고 당국의 힘을 분산시키는 엉뚱한 대책을 되뇌일 때는 결코 아닐 겁니다.
이제라도 미래통합당이 사실의 기반 위에서 제대로 된 대책 실행을 위해 힘을 모으는 공당의 자세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진행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연출·촬영 조소영 피디 azuri.co.kr
자료화면 권영진 촬영감독, 박수정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