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비례대표용 정당에 합류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의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도종환 전략공천위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례대표용 정당에 합류할지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하면서, 리버럴·진보 진영의 비례대표용 정당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의당이 불참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정의당을 제외한 비례대표용 정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이번 최고위의 결정에 대해 ‘명분을 찾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 최고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례정당 참여에) 찬성이 많았다. 미래한국당이 ‘의원 도둑질’을 하려는데 지켜보고 있으면 되겠냐. 막아야 한다. 1당을 놓치면 누가 역사적 책임을 질 거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회의에 참석했던 설훈 최고위원은 “선거는 중도층 잡기 싸움인데, 중도층은 ‘양쪽 다 똑같네’라고 생각하고 절반이 달아난다. 수도권은 1천~2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데, 지금대로 가면 비례 의석 더 확보하려다가 수도권 10석 이상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앉아서 1당을 뺏길 수 없다’는 현실론과 ‘꼼수에 꼼수로 맞설 수 없다’는 원칙론이 충돌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격론 끝에 내린 이번 당원 투표 결정은 판단 자체를 당원들에게 맡겨 정치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하고, 당원들의 결정에 따랐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포석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확신이 없고 손익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당내 민주주의에 맡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명분을 세울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들의 눈에는 명분이 없는 사안을 당원 투표를 구실로 돌파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도 “우리는 연동형 비례제를 추진한 정당이고 미래한국당을 강력히 규탄해왔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후보를 파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중도층이 상당히 등을 돌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 등을 선거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정의당이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용 정당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민주당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이날 낸 특별결의문에서 “원칙은 사라지고,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정당정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민의 의사를 왜곡시키고 유권자의 선택을 강요하는 행위는 미래통합당이 저지른 꼼수에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미래당·녹색당 등 다른 소수정당에 의석을 충분히 보장해주면서 진보 진영을 넓혀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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