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주들이 2일 대구고용센터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박한 ‘코로나발 실업 쓰나미’에 대비할 일자리 공약이 안 보인다. <한겨레>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이 내놓은 정책 공약을 살펴보니, 실업과 구조조정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여행·항공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는 등 ‘코로나발 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총선에 임하는 여야 각 당의 대응은 통상적인 선거 때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하청과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의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지고, 4월부터는 정규직 구조조정도 시작되는 분위기다. 위기를 핑계로 해고가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인데도 각 당은 관련된 총선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고용보험 확대 같은 공약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강제 해고 금지를 공약에 넣은 곳은 정의당이 사실상 유일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에 정부가 확실한 지원을 하되 일단 올해 말까지 ‘한시적 해고금지와 고용유지’를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른 당의 공약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상황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벤처 투자 활성화와 창업 지원, 미래통합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국민의당은 4차 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기존 공약을 되풀이했다. 비례대표 정당을 표방한 위성정당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열린민주당은 “백화점식 나열을 하지 않겠다”며 아예 일자리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고용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공약을 내놓은 당도 있다. 통합당은 최저임금제를 개편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동결하고,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는 특별연장근로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6일 서울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규제 철폐와 노동개혁으로 기업에 활력이 돌게 해 일자리를 만들게 할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반복했다.
다만 최근에는 여야 지도부 일부에서 고용위기의 심각성을 의식한 발언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황교안 후보와 함께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국면은 새 일자리보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게 시급하다. 100조 기업지원금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방문요양사·목욕사 등 실업 형태는 아니지만 일이 없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도 신경 쓰겠다”고 했다. 신세돈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도 <한겨레>와 만나 “소득주도성장으로 촉발한 일자리 급감에 더해 코로나 사태로 연쇄부도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확대하고 해고자에 한해 소득보전 정책을 일시적·응급조처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당의 총선 공약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전통 제조업의 쇠퇴와 노동조건 양극화 등 일자리 환경 변화에 대응한 공약도 부족하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 정책이 고용안정과 차별 해소 등 일자리 질을 높이는 데 실효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57.3%로 “그렇다”(36.8%)보다 많았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데도 일자리 정책은 이번 총선에서 뒷전으로 밀려 실종 상태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지지자를 위한 공약을 반복하기보다 불합리한 차별과 불공정을 해소하는 일자리 모델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내놓고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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