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 선거’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에 처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각 정당의 정책공약집에도 감염병 대책을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공약이 담겼다. 대부분의 주요 정당 모두 공감대를 이룬 공약은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한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그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공공보건의료 확대 등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공약은 입장 차가 뚜렷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 등 대부분의 주요 정당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차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서 한층 위상이 높아진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질병관리본부장이 행정과 방역을 모두 총괄하는 상황이라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방역 활동을 펼친다는 데 이견이 없는 만큼 대부분의 정당은 질병관리본부 승격을 공약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수백명씩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긴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력과 의료시설, 연구기관을 확충·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많았다. 민주당은 감염병 전문병원, 음압병상을 대폭 늘리고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해 백신·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했고,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약속했다. 그 밖에 검역소 추가 설치, 역학조사 인력 및 조직 보강 등도 공약했다. 통합당은 5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설립하고 바이러스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고, 검역인력 확충을 약속했다. 국민의당은 관련 부처, 대학, 연구기관, 제약회사 공동 치료제 개발을 공약했다. 각 정당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평가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윤홍식)는 “감염병 위기에서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책은 필요해 보이나 현재 한국 제약회사는 민간 영리기업이라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제약사 등 방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이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센터 개선 공약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공공의료’의 확대엔 각 정당이 큰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필수진료·공공의료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의대부터 우선적으로 선발 인원을 늘리고 의대가 없는 지역엔 의대를 설립해 필요한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보다 좀 더 포괄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고 공공병원의 인력 및 시설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인구 1천명당 1명 이상으로 공중보건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포함시켰다.
통합당이나 국민의당, 민생당 등은 공공의료 및 인력 확대와 관련한 공약을 내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한국은 민간병원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공공병원이 매우 부족하고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공공병원 확충 공약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