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미사일지침 문제를 비롯해 원자력산업 협력을 통한 제3국 공동진출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두 정상이 논의한 ‘한-미 미사일지침’ 완전 해제 문제는 ‘자주국방’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해 워싱턴을 방문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 앞서 20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의 로켓 개발은 상업용이든 군사용이든 가리지 않고 미사일지침의 통제를 받아왔다. 이 지침은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 포기 압력을 받은 박정희 정부가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2001년, 2012년 개정에 이어 2017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는 3차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7월 4차 개정 때는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도 풀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저궤도 군사정찰위성을 개발해 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의 발전을 꾀하고 우주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사일지침을 완전 해제한다는 것은 800㎞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군사용 탄도미사일의 추가 개발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및 로켓 개발에 대한 ‘완전한 주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만큼 가격경쟁력·품질관리·시설관리 면에서 우수성을 지닌 나라도 없다”며 “원천기술·설계기술의 경우 한국도 수준이 상당하지만, 미국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동유럽 등에 원전 건설 수요가 있는 만큼 원전 기술이 앞선 한-미가 공동으로 제3국에 진출하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미가 손을 잡고 진출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동맹으로서 미래에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공유”하고 “명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에 있어서 양국 협력을 말하는 것이지, 국내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는다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선 ‘수출은 하지만 짓지는 않는다’는 정부 방침이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원자력 업계와 학계, 보수진영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탈원전 정책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 메시지에 원칙과 일관성이 없어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했다.
김지은 김민제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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