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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돈줄 ‘타겟광고’ 손댈 수 있을까

등록 2019-03-21 13:24수정 2019-04-05 10:02

미국시민자유연맹과 세 여성이 문제삼은 페이스북의 광고. 이들은 지붕 수리, 트럭 운전 등 구직광고가 남성에게만 노출되고 여성인 자신에게는 노출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을 민권법 위반 혐의로 미 고용평등위원회에 고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과 세 여성이 문제삼은 페이스북의 광고. 이들은 지붕 수리, 트럭 운전 등 구직광고가 남성에게만 노출되고 여성인 자신에게는 노출되지 않았다며 페이스북을 민권법 위반 혐의로 미 고용평등위원회에 고발했다.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시민단체 고발하자, “주택·고용·대출 때 ‘차별 금지’”
페이스북 ‘이익률 45%’ 황금알 비밀은 ‘맞춤형 광고’
도브, H&M 등 논란 노린 의도적 차별광고도
페이스북이 돈줄인 ‘맞춤형 광고’의 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자사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려 “주택 마련(임대차, 숙박업 포함), 고용, 신용대출 영역에서 나이, 성별, 거주지에 따른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샌드버그는 “주택 마련, 고용, 신용대출과 관련해 오랜 차별의 역사가 존재하며, 이런 잘못된 관행이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서 일어나서는 안된다”라며 “페이스북은 포용성을 핵심 기업가치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샌드버그는 “이미 인종, 민족, 성적 지향, 종교 등 차별적으로 쓰일 수 있는 타겟 광고 카테고리를 수천개 제거했지만,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자발적으로 차별적 ‘맞춤형 광고’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결정 배경에는 페이스북 광고의 차별을 문제삼은 언론의 탐사보도와 미국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었다.

프로퍼블리카, 탐사보도로 ‘차별’ 광고 드러내

미국의 탐사보도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페이스북 광고가 다양한 차별적 마케팅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고발해왔다. 페이스북에서는 이용자 누구나 예산 범위와 도달범위를 설정해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데, 휠체어 장애인을 비롯해 다양한 집단을 광고 노출에서 배제하는 선택을 제공한다. <프로퍼블리카>는 페이스북에서 흑인, 유대인, 히스패닉, 이슬람교도 등을 배제하는 차별적 광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 광고 집행을 통해 입증하고 보도한 바 있다. <프로퍼블리카>의 보도 이후, 페이스북은 차별에 해당하는 맞춤형 광고 카테고리를 제거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페이스북의 구직 광고로 인해 성적 차별을 받았다고 미국 고용평등위원회에 페이스북을 고발했다. 고발장에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에 사는 세 여성은 지붕 수리, 트럭 운전, 기계엔지니어 등을 모집하는 페이스북의 광고가 남성들에게만 노출되고 자신들에겐 노출되지 않아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1964년 제정된 미국 민권법은 노동자의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을 이유로 입사를 포함한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차별을 금지한 법으로, 미국 고용평등 법률의 핵심이다.

이번 페이스북의 차별적인 맞춤형 광고 금지는 주택 마련, 고용, 신용대출 세 영역에만 적용될 뿐, 나머지 기존 광고 영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 광고에서 광고주가 선택하는 타겟 집단에서 특정집단 차별 메뉴를 없앤 것일 뿐, 이용자들의 포스팅과 프로파일을 분석한 알고리즘에 기반하는 페이스북 콘텐츠 노출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2017년 페이스북으로 진행된 도브의 광고. 흑인 여성이 도브와 함께 옷을 갈아 입으면, 백인 여성으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2017년 페이스북으로 진행된 도브의 광고. 흑인 여성이 도브와 함께 옷을 갈아 입으면, 백인 여성으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맞춤형 광고, 3만원으로 목표집단 수만명에 도달가능

페이스북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이용자들의 사생활과 세밀한 관심사를 데이터화하고 맞춤형 광고로 제공한 덕분이다. 시장 조사와 목표 고객 대상 마케팅을 실행할 수 있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지만, 페이스북은 몇만원의 예산만으로도 원하는 수천~수만명의 잠재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광고 수단을 제공한다. 지난해 20억명 이용자 규모를 달성한 페이스북의 1년 광고 매출은 550억달러, 이익률은 경이적인 45%였다. 페이스북이 일부 맞춤형 광고에서 차별적 카테고리를 없애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45% 이익률’은 맞춤형 광고가 쉽사리 포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다국적 기업들의 인종차별적 광고 여러 차례 논란

차별적 광고는 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차별 논란을 불렀다.

영국의 미용브랜드 ‘도브’는 2017년 10월 인종차별적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했다.

한 흑인 여성이 도브 제품을 사용한 뒤 백인 여성으로 변신했다는 내용의, GIF형식의 연속 사진 4장이 담긴 광고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도브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며 “도브가 추구해오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스웨덴의 의류브랜드 H&M은 2018년 1월 한 흑인 소년이 ‘정글에서 제일 쿨한 원숭이’라고 써 있는 후드티를 입은 광고를 냈다가 호된 비난을 마주치기도 했다. .

2018년 스웨덴의 의류브랜드 H&M은 흑인소년이 입은 후드티엔 ‘정글에서 가장 쿨한 원숭이‘라고, 백인 소년 모델의 후드티는 ‘맹그로브 정글의 공식 생존자‘라는 글귀를 써놓은 광고를 집행했다.
2018년 스웨덴의 의류브랜드 H&M은 흑인소년이 입은 후드티엔 ‘정글에서 가장 쿨한 원숭이‘라고, 백인 소년 모델의 후드티는 ‘맹그로브 정글의 공식 생존자‘라는 글귀를 써놓은 광고를 집행했다.

차별적 광고 마케팅은 페이스북만의 문제도 아니다. 2016년 4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당일 배송 프라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각 도시의 흑인 밀집거주지역에서는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5년 7월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구글 광고가 고임금의 구인 광고를 남성 위주로 노출시켜 여성의 해당 일자리 접근 기회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구글 광고는 흑인 사용자 가운데 흔한 이름을 쓰는 사람에겐 검색 결과 옆에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나요?”라는 체포사진 삭제 업체 서비스의 광고를 표시해 인종차별을 한다는 것을 하버드대 라타냐 스위니 박사가 밝혀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의 ‘맞춤형 광고’는 차별과 효율성에 관한 좀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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