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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델타’ 증식 속도 1260배, 잠복기 이틀 단축…지금도 변신중

등록 2021-07-15 10:10수정 2021-07-16 07:56

중국 연구진, 지난해 초기 바이러스와 비교 분석
초기 증식 속도 최대 1260배…잠복기간 6일→4일
델타 변이는 초기 바이러스에 비해 증식 속도는 빨라지고 잠복기간은 짧아졌다.
델타 변이는 초기 바이러스에 비해 증식 속도는 빨라지고 잠복기간은 짧아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최초의 변이체인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1.6배, 입원율은 2.26배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이 전의 바이러스에 비하면 전파력이 무려 3.2배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델타 변이는 현재 발견된 변이 중 전파력이 가장 강하다. 인도,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이미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우세종이 됐다. 한국에서도 델타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했다. 신규 감염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의 비율이 일주일 사이에 10%에서 23%대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델타 변이의 월등한 전파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최근 중국 광둥성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진이 이런 의문을 해소해줄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내 바이러스 역학 분야의 온라인 포럼 ‘바이롤러지컬’(virological)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감염자들에 대한 역학 및 혈청,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낸 높은 전파력의 원인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델타 변이의 증식 속도가 처음 등장했던 바이러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잠복 기간이 짧다는 점이었다.

중국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5월21일이었다. 연구진은 이날부터 6월18일까지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에서 발생한 감염자 167명 중 델타 변이 감염자 62명과 2020년 초의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63명의 바이러스 검출량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감염자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체내 증식을 거쳐 양성반응을 보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일이었다. 델타 변이는 인체 내 증식을 통해 검출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는 데 평균적으로 약 4일이 걸렸다. 이는 지난해 발생 초기 바이러스의 평균 6일보다 이틀이나 짧은 것이다. 검출이 가능하다는 건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뛰쳐나올 준비가 됐다는 걸 뜻한다. 또 이때의 바이러스 농도는 변이 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농도보다 최대 1260배나 많았다. 이런 데이터는 델타 변이가 감염 초기 단계에서 전파 위험이 더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주철현 울산의대 교수(미생물학)는 “동료검토를 거친 논문은 아니지만 실험 방법과 결론 등은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른쪽 그래프에서 델타 변이의 감염후 최초 양성반응 기간(갈색)이 지난해(파란색)보다 매우 짧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롤로지컬
오른쪽 그래프에서 델타 변이의 감염후 최초 양성반응 기간(갈색)이 지난해(파란색)보다 매우 짧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롤로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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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간 중에도 끊임없이 미세 변이 발생

연구진은 또 같은 기간 전체 감염자의 75%에 해당하는 126명에서 추출한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31명의 바이러스에서 미세 변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한 바이러스에서 최대 4개의 뉴클레오티드(RNA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10개의 바이러스는 숙주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주철현 교수는 “감염자 126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다양한 미세 변이들이 계속 출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전파에 유리한 것들이 끝없이 선택되고 있다는 걸 확인해주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과학자들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16년만에 등장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의 감염 초기 증식 속도가 사스의 1천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델타 변이는 이런 정도의 엄청난 변신을 불과 1년만에 이룬 셈이다. 이는 인류가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바이러스가 1억명이 넘는 인간 숙주의 몸 속에서 변이를 거듭하며 진화 속도를 가속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걸 시사한다.

델타 변이(B1617.2)는 인도발 변이체(B1617)의 3가지 하위 유형 가운데 하나로 2020년 12월 처음 발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에 돌출돼 있는 돌기 단백질의 3곳에서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다. 돌기 단백질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그 통로를 여는 도구로 쓰는 물질이다. 델타 변이는 올해 들어 인도 2차 대유행시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른 하위 유형을 제치고 3월 이후 인도의 우세종이 됐다. 13일 발표된 세계보건기구 주간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델타 변이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는 111개국에 이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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