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5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참여 단체 관계자들이 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제공
국민의힘이 13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중 일부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복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과학기술계에선 ‘일부 복원으론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2024년 예산안 심사방안’ 브리핑을 통해 기초연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 삭감 관련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원될 예산의 구체적 세부 내역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올해보다 각각 6.2%(약 2천억원), 10.8%(약 3천억원) 깎인 기초연구·출연연 예산을 상당 부분 복원하겠다는 뜻으로 비쳤다.
과학기술계에선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과학계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니, 겨우 (요구) 일부에 한해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런 방안은) 복원이 아닌 보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문성모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은 애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삭감 과정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연구 예산은 절반 정도를 출연금을 통해 우선 확보하고 이어 일반 과제 예산으로 보완하는데, 근간이라 할 출연금부터 깎아놨다. 중복이나 카르텔 문제가 있다면 과제 예산부터 들여다봐야 할 텐데 거꾸로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강수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기획팀장은 이에 전반적인 예산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청년에서 중년, 장년 연구자로 이어지는, 수십년간 만들어온 지원 체계가 무너졌다”며 “청년 연구자 인건비를 복원한다 해도 이 지원 체계 전반의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허리를 잘라놓고 아래만 지원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대통령실이 성난 과학기술계를 달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는 ‘과학기술수석직 신설’ 방안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 팀장은 “전 정부에서도 대통령실에 과학기술보좌관이 있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이번 예산 삭감 과정에서 과학기술자문회의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같은 조직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시스템의 붕괴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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