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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들뜬 기대 접고 현실 혁신에 도전

등록 2010-02-08 17:28

 탄소 원자 60개가 결합한 분자 ‘플러렌60’. 나노기술의 상징이 됐던 ‘탄소나노튜브’의 나노 구조를 이루는 기본 물질이다.
탄소 원자 60개가 결합한 분자 ‘플러렌60’. 나노기술의 상징이 됐던 ‘탄소나노튜브’의 나노 구조를 이루는 기본 물질이다.
2020을 보는 열 가지 시선 ⑤ 나노 연구 지나온 10년, 앞으로 10년




지난 10년의 과학기술을 돌이켜볼 때 떠오르는 열쇳말 가운데 하나는 단연 ‘나노’라고 말할 수 있다. 2000년 1월 미국 클린턴 정부가 ‘국가 나노기술 전략’을 발표한 이후 여러 나라들이 엄청난 연구비를 나노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1년 7월 ‘나노기술 종합발전계획’을 세운 이래 꾸준히 이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만 올해 455억원을 나노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제2의 산업혁명’ 때이른 기대

나노기술에 대한 기대는 컸다. 2000년대 초반 나노기술은 “제2의 산업혁명”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것은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 나노기술 전략을 발표한 직후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행한 연설에 잘 나타나 있다.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강철의 10배에 달하는 강도를 지니면서도 무게는 훨씬 가벼운 물질을 개발할 수 있고, 의회 도서관의 모든 소장 자료를 담는 각설탕 크기의 장치를 만들 수 있고, 악성 종양이 겨우 세포 몇 개 정도 크기일 때 조기진단을 할 수 있는 등 수많은 가능성들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 무렵 어떤 컨설팅회사는 나노기술의 시장 규모가 2015년에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많은 나노기술이 실제로 우리 실생활에 적용됐는지 살펴보면, 선뜻 떠오르는 게 많지 않다. 그것은 나노기술의 속성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노기술 자체가 어떤 부가가치를 창조하기보다는 다른 여러 기술들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도우미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2000년 초에 기대했던 그 정도로, 나노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가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반도체를 대체하리라는 전망도 많았으나,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어도 10년 안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에너지·생명공학 등의 핵심기술

그렇다면 이제 나노기술의 기대는 접어야 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오히려 나노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요즘 화두가 되는 녹색기술의 핵심은 에너지 기술인데, 그 대표 격인 태양전지·연료전지 등은 20년 전의 문제들을 지금도 거의 풀지 못하고 있다. 바로 전극, 전해질의 재료로 쓰이는 소재 때문이다. 나노기술은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제조하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기존 소재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여전히 인식되고 있다.

나노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리라고 기대를 모았던 분야가 생명공학과 의료 기술이었다. 이런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암 진단의 경우 다양한 나노물질을 이용하면 암 세포가 수십 개 정도일 때에도 암을 진단해낼 수 있다. 또한 나노물질을 이용한 약물을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쓰면 항암제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 새로운 10년의 숙제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나노물질의 안전성 문제도 새로운 10년 동안 중요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나노기술이 의료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려면 먼저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산이 바로 독성, 특히 장기간에 걸친 나노물질의 인체 독성에 관한 것이다. 처음 나노기술이 등장했을 때엔 나노기술이 마치 유전자변형식품처럼 취급되면서 반감을 사기도 했는데, 이처럼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동시에 나노물질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너무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차분히 지난 10년을 뒤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손에 잡히는 나노기술’을 개발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명심할 것은 나노기술이 있기 훨씬 전에 이미 나노과학이 존재해왔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나노기술은 튼실한 기초과학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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