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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가장 일찍 핀 서울 벚꽃…봄꽃 ‘동시상영’ 이유는?

등록 2021-03-26 05:00수정 2021-12-30 15:02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24일 송월동 서울관측소 기준목 개화
1922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일찍 펴
지난해보다 3일, 평년보다 17일 일러
25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경내에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어우러져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25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경내에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어우러져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서울의 벚꽃이 관측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폈다. 서울에서는 지난 16일 진달래를 시작으로 개나리, 벚꽃 등 ‘봄의 전령’이 아흐레 사이 모두 피었다.

기상청은 25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에 있는 벚꽃 기준 표준목에서 24일 벚꽃 개화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른 개화다. 지난해 3월27일에 관측 이래 가장 일찍 벚꽃이 폈는데, 올해는 이보다 사흘 먼저 폈다. 평년(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는 17일이나 이르다.

서울의 벚꽃 개화는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에 지정된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한다. 기상청은 “벚꽃은 한 개체에 많은 꽃이 피는 다화성 식물로, 한 나무에서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 벚꽃이 평년보다 일찍 개화한 이유에 대해 기상청은 2월과 3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일조시간도 평년보다 많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2월과 3월 서울 평균기온은 각각 2.7도와 8.3도로, 평년보다 각각 2.3도, 3.2도가 높았다. 일조시간도 2월과 3월에 평년에 비해 17.7시간, 20.2시간이 길었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기준표준목인 왕벚꽃나무에서 24일 꽃이 폈다. 1922년 관측 이래 100년 만에 가장 이른 개화다. 기상청 제공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기준표준목인 왕벚꽃나무에서 24일 꽃이 폈다. 1922년 관측 이래 100년 만에 가장 이른 개화다. 기상청 제공

개나리·진달래 등 아흐레 사이 모두 ‘활짝’
지난 30년 봄꽃 개화 4∼6일 빨라졌지만
최근 10년간 개나리는 되려 이틀 늦어져
“한파 일찍오고 2월 평균기온 낮아져서”

우리나라에서 개나리·진달래·벚꽃 등 봄꽃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최근 일찍 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81∼1990년 10년 평균에 비해 최근 10년(2011∼2020년)에 개나리는 4일, 진달래는 5일, 벚나무는 6일 일찍 폈다. 하지만 최근 10년 개화일은 직전 10년(2001∼2010년)에 비해 진달래와 벚꽃은 같았고, 개나리는 오히려 이틀 늦었다.

이에 따라 올해처럼 서울의 봄꽃들이 아흐레 사이에 모두 피는 등 ‘동시개화’ 경향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2018년에는 3월27일 개나리와 진달래가 동시에 개화하고, 일주일 만에 벚꽃이 폈다. 경희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서울 등 전국 6개 지점에서 개나리가 핀 이후 벚꽃이 개화할 때까지 지연일수가 1951∼1980년에는 평균 14일이었는데 1981∼2010년에는 11일로 단축됐다. 최근에는 더 짧아져 2014년에는 10.7일로, 2018년에는 8.7일로 줄었다. 서울만 보면 올해는 5일로 줄었다.

봄철 식물들의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데는 온도, 수분, 햇빛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지만 겨울과 봄철 온도가 가장 민감한 요인이다. 특히 식물의 생육이 시작하는 달과 2개월 전의 월평균 기온이 식물의 생육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지난 몇십년 동안 2월과 3월의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년의 2월 평균기온은 직전 10년보다 하강해 최근 봄꽃 개화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 30년(1991∼2020년) 평균 월별 최고기온은 직전 30년(1981∼2010년)에 비해 모두 상승했지만 12월만은 0.2도가 하강했다.

새 기후평년값(1991∼2020년 30년 평균)과 기존 평년값(1981∼2010년)의 월별 기온 비교. 기상청 제공
새 기후평년값(1991∼2020년 30년 평균)과 기존 평년값(1981∼2010년)의 월별 기온 비교. 기상청 제공

이에 대해 손성원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 연구사는 “꽃이 피려면 따뜻한 온도를 일정 정도 받아야 하는데 봄철이 일찍 시작되면서 기상청 관측소가 있는 도심에서든지, 산림 안에서든지 봄꽃의 개화 시기가 당겨지는 것은 똑같다”며 “다만 도시 지역의 개화 시기 변동을 해석하는 데는 평균기온과 일조시간 등 기상요소뿐만 아니라 도시화 등 다른 환경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 연구팀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1968∼2018년 50년 동안 서울 홍릉수목원 안 73종 나무들의 봄꽃 개화일이 평균 8.5일 빨라졌다. 개화일이 가장 일러진 종은 인동과의 각시괴불나무로 무려 40일 이상 일찍 폈다. 개화일을 평균기온 상승과 견주면 기온이 1도 올라갈 때 개화는 1.2일 일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과의 초평조팝나무는 기온 1도 상승에 개화가 4.7일 빨라졌다. 연구팀은 “향후 50년(2021∼2070년) 동안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서울의 봄철 최저기온이 2.7도 상승하고 홍릉수목원 수종들은 개화일이 3.4일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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