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과 3년 전 나온 전망보다 10년 앞당겨졌다.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상승한 2021년, 전세계는 폭염, 가뭄, 초대형 산불, 슈퍼 폭풍, 홍수 등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기상이변을 경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재난은 전조에 불과하다고 했다. 1.5도 상승에 이르면 폭염 발생빈도가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느는 등 초극단적 기후위기가 일상화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들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만이 다가올 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9일 오후 5시(한국시각) 밝혔다.
이번 보고서 핵심은 ‘기후변화 진행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인류가 대응할 시간은 그만큼 줄었다’는 묵시론적 경고에 있다.
보고서를 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11~20년 지구 평균온도는 1.09도까지 올랐다. 2013년 나온 제5차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2003~12년 0.78도 지구온난화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0.31도 더 올라간 것이다. 보고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40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기간을 평균하면 1.5도 도달 시점은 2030년대 중후반이 될 전망이다. 앞서 2018년 아이피시시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1.5도 도달 시점을 2030∼52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시간이 10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기상청 기후정책과는 이날 오전 아이피시시 보고서 관련 브리핑에서 “새롭게 관측된 사실과 진보된 기술을 이용한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질 수록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폭염, 호우, 홍수 피해가 잦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지구온난화를 1.5도 상승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막는 마지노선이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참여국들이 합의한 약속이다.
역대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1차 보고서), 1997년 교토의정서(2차 보고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5차 보고서) 등 인류 기후변화 대응의 분기점 역할을 해왔다. 이날 공개된 제6차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66개국 과학자 234명이 전세계 기후변화 관련 논문·자료 1만4천여건을 참고해 작성했다.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관련 정책 논의를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쓰인다. 암울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해야 할 한국 정부 부담은 커지게 됐다.
당사국총회 의장인 알록 샤르마 영국 하원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고, 이는 26차 당사국총회가 가장 결정적 순간이 돼야하는 이유다. 우리는 2년, 5년, 10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이고, 그런 말 이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다”고 했다. 최우리 이근영 김민제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ecowoori@hani.co.kr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설립한 국제협의체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IPCC 평가보고서(AR)는 1990년 처음 나온된 뒤 5~7년 간격을 두고 발간된다. 기후변화 관련 모든 사항의 표준 참고자료로, 각국 정부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로 쓰인다.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제1실무그룹) △기후변화 영향·적응·취약성(제2실무그룹) △기후변화 완화(제3실무그룹) △종합보고서 등 4가지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2014년 제5차 평가보고서(AR5)는 80여개국 과학자 800여명, 기여저자 및 검토전문가 각 1000여명이 참여해 3만편 이상 과학논문을 평가해 만들어졌다. 제6차 평가보고서는 2021년 8월 제1실무그룹보고서를 시작으로 2022년 9월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