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는 우리나라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세계적 개념입니다.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정책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9일(한국시각) 제6차 보고서 가운데 실무그룹1(워킹그룹1)의 ‘과학적 근거 보고서’를 발표했다. 6차 보고서의 주저자인 권원태 아펙(APEC)기후센터 원장은 지난 2007년 4차 보고서와 2014년 5차 보고서 때도 주저자로 참여했다. 지난 6일 부산 아펙기후센터에서 권 원장을 만났다. 권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의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후문제가 결국 먹거리와 경제활동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피시시 4~6차 보고서 작성에 주저자로 연속 참여한 국내 유일의 과학자이다. 5차 보고서의 핵심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증가하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것이었다는데, 6차 보고서의 핵심은?
“사실 아이피시시 과학자들은 1.5도, 2도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국제 협상 과정에서 나온 정책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1.5도와 1.6도 얼마만 한 차이가 나는지 과학적으로 선 긋기 어렵다. 2도는 2009년 코펜하겐회의(제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나온 얘기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1.5도가 언급되기 전까지는 정책적으로 2도가 위험선이었다. 인류의 생존이나 재해로 봤을 때 2도 상승이 위험수준일 것이라는 것이다.
1.5도 보고서는 파리협정에서 지구온난화 1.5도가 일어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보고서를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아이피시시는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얘기는 하지만, 정책을 이리 저리 하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이피시시와 당사국 총회의 차이다. 아이피시시는 전문가그룹이다. 사실 그런 면에 있어서 정책에 대해 결정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지만, 정책 결정자들이 정책 결정을 하는 데 아이피시시 보고서를 인용할 수는 있다. 가령 5차 보고서 때 실무그룹3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 있다고 메시지를 던졌지만,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이 이것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대안을 제시할 따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6차 보고서가 이전 보고서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일단 과거에 비해 메시지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95%였던 게 지금은 99%가 됐다는 것, 곧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무그룹1 보고서 작성에 주저자 230여명, 기여저자 등까지 합하면 1000명 가까이 되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1만4천여개의 논문 기반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기존에 동료평가를 통해 검증된 논문들을 모아 가장 최신의 과학적인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5차 때 대략 1만개 정도의 논문을 평가한 것에 비하면 그만큼 기후변화의 과학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저자로 담당한 분야는?
“4차 때부터 계속 지역기후 부문에 참여해왔다.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10장에서 지역기후를 다루고 있다. 지역기후가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가 어떻게 변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세계 규모와 지역의 변화 양상은 다르고, 과학적 불확실성도 있다. 자연변동성 때문에 세계 기온이 1도 올라갔어도, 지역에 따라서는 5도 또는 0.5도 올라갈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 기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야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응할 수 있다.”
―6차 때 지역기후가 특히 강조됐나?
“4~5차 보고서 때는 지역기후의 불확실성이 커서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6차 보고서에서는 지역기후라는 부분이 양적으로 많이 다뤄졌다. 10~12장 3개 장이 지역을 다루고 있다. 10장에서는 방법론을 다뤘다. 이번 보고서에는 12장 뒤에 ‘아틀라스’라는 별도의 부속서가 있는데, 그동안 관측이나 모델 등에서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 지역은 미래에 어떻게 될지에 대해 많이 다뤘다. 일종의 지역기후변화 맵이라 할 수 있다. 이전과 달리 주저자가 배정해 13장이라고도 한다. 각 국가, 각 지역의 기후에 대해 얘기하려면 아틀라스에 들어가서 인용하게 될 것이다. 각 국가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지역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아틀라스 안에 있다.”
―왜 보고서 구성을 이렇게 했나?
“5차 평가보고서 끝난 뒤 지역기후 정보를 좀더 알고 싶다는 요청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주기가 어려웠다. 최근 10년 동안 지역기후 방법론이 과학적으로 많은 진전 있어 가능해졌다. 사실 각국 정부가 관심도 있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도 하다보니 진보가 이뤄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지역적 극한 기상에 대해 분석한 논문들을 평가한 것인가?
“지역기후변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일종의 사례연구를 하는 쪽으로 진행했다. 인도몬순이라 해서 데이터는 어떤 것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식이다. 그리스·터키 등 산불 등에서 보듯 지중해 연안이 건조화되고 있는데, 여름철 건조화가 산불로 이어졌다. 그동안 어떤 연구가 있었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는 것이다. 사실 모든 지역에 대해 평가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일반인들한테 전달할 때 과학만 가지고는 안되니, 스토리라인이나 내레이티브 등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장마의 경우 장마기간에 비가 얼마나 오고 온도 올라가는 것이 경제활동과 식량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좀더 잘 전달하는 방법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최근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탄소 감축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탄소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1.1도 상승했다고 하는데도 세계적으로 기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저자를 떠나 기후에 관심이 많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 탄소중립을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라든가, 정책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생각하면 안된다. 세계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난민이나 지역분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온실가스 감축한다 해도 온도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다. 지금보다 피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기후에 관련된 문제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 같은 경우는 석탄화력발전 멈추고, 자동차 덜 쓰면 좋아지고, 바람만 바뀌어도 나아진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공기중에 나오면 10년이든 100년이든 심지어는 1000년까지 남아 누적된다. 지금부터 줄이지 않으면, 지금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다시 50년 100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기에, 지금 당장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염이 지금 당장은 사람, 가축, 양식업 피해라고 생각하지만 전부 먹는 것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장마로 상춧값이 폭등했는데, 올해는 가뭄으로 수박값 폭등하는 식이다. 실제로 기후문제가 단순히 온도 몇 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먹거리와 관련되는 것이고 모든 경제활동과 관련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문제가 중요해졌다는 측면에서 기후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국립기상과학원을 기후기상과학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은?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해왔는지,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상연구소(기상과학원 전신)에 기후연구과가 생긴 것이 2000년이었다. 20년밖에 안됐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과거기후나 미래기후 분석 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기상과학원의 ‘고분해능 전 지구 온실가스 기원추적 모델 사업’이 세계기상기구(WMO) 통합 전지구 온실가스 과학정보 시스템(IG3IS) 공식 프로젝트로 승인받았다. 탄소 관련 프로젝트다. 2023년 국가감축목표에 대한 이행점검을 시작한다. 탄소 문제는 각국에서 보고하는 데이터로 하면 자료의 신뢰성이나 불확실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IG3IS는 인공위성 관측과 온실가스 감시활동 결과를 분석해 세계 및 지역농도로 배출량과 흡수량을 역산할 수 있다. 기상과학원에서 해야 할 일을 잘 찾아서 한 것이다. 기관을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역할을 하고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도록 강화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펙기후센터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이상기후를 감시하고 기후를 예측해 기후서비스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만기상청에서 대만 가뭄문제 심각했을 때 예측정보에 대만 가뭄 가능성 있는 것이 나와 대비할 수 있어 고마웠다고 얘기하더라. 예측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부산/글·사진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