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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뉴스AS] 미국 주택 태양광 점유 2위 엘지는 왜 사업을 접었나

등록 2022-02-25 06:59수정 2022-02-25 08:55

가전제품 선호로 패널 우위였으나
세계 경쟁력 낮아 ‘한계’ 전망
세계 시장 내 엘지 점유율 1%뿐
태양광 업계 “세계 시장 확대 추세
중국산 제품에 맞설 지원 필요”
2012년 9월 LG전자는 구미3공장과 LG화학의 오창1공장에 최근 준공된 각각 3MW급 태양광 발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린에너지 사업장으로 바뀐 이들 공장은 시네마3D TV, LED(발광다이오드) TV, 편광판,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LG그룹의 핵심생산기지다. 사진은 LG전자 구미3공장의 태양광 발전소 전경.
2012년 9월 LG전자는 구미3공장과 LG화학의 오창1공장에 최근 준공된 각각 3MW급 태양광 발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린에너지 사업장으로 바뀐 이들 공장은 시네마3D TV, LED(발광다이오드) TV, 편광판,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LG그룹의 핵심생산기지다. 사진은 LG전자 구미3공장의 태양광 발전소 전경.

엘지(LG)전자가 올해 6월까지 태양광 셀과 모듈(패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기후위기’와 맞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하는데, 엘지전자는 왜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일까.

태양광 산업계의 반응은 대기업인 엘지전자의 철수를 아쉬워하면서도, 태양광 발전 시장 상황을 볼 때 엘지전자의 이번 결정이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부가 함께 고민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엘지, 세계 태양광 시장 점유율 ‘미미’…고가·고효율 패널의 경쟁력 약화

최근 3년 동안 미국 주거용 태양광 시장에서 엘지전자는 점유율 2위를 유지해왔다. 2020년 한화큐셀 24.8%, 엘지전자 12.8%였다. 미국의 썬파워, 노르웨이(폴리실리콘)와 중국(모듈)의 알이씨 등 외국 기업보다 앞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 여론과 가전제품 시장에서의 엘지 브랜드 선호 등이 겹쳐 엘지의 패널이 판매되어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께부터 엘지가 태양광 사업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업계에선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태양광 패널은 피(P)타입과 엔(N)타입으로 나뉘는데, 가격이 30% 더 저렴한 P타입 패널의 기능은 점점 혁신되고 시장 가격대도 중저가 중심으로 재편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엘지전자는 고기능·고효율·고가인 N타입 패널만 생산했다. 실제로 대형 발전소 등이 많은 미국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엘지가 최근 3년 동안 1위→3위로 점점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24일 엘지전자 쪽은 “장치 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투자가 많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 사업 데이터를 보면 생산실적이나 예상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엘지전자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 판단이라는 평가들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지전자의 태양광 사업 매출은 2019년 1조1천억원대에서 2020년 8천억원대로 하락했다.

업계 추산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량을 보면 2016년 78GW(기가와트)→2017년 96GW→2018년 102GW→2019년 125GW→2020년 146GW→지난해 176GW였다. 올해 200GW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2010년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엘지전자의 지난해 생산량은 1.5GW로 1% 미만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엘지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업체별 생산량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생산량 기준 한화큐셀이 40~50%의 비중을 차지하고, 현대에너지솔루션과 신성이엔지, 에스에너지 등 중견기업들이 뒤를 잇는다고 평가한다. 엘지전자는 그 다음이다.

또다른 대기업 태양광 사업 담당자는 “대기업인 엘지가 이 사업에 더이상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추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 취임 이후 휴대폰에 이어 태양광 사업까지 정리한 것은 회사 차원의 선택적 전략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이 싼 가격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한국 태양광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다. 엘지전자 쪽도 ‘가격 경쟁 심화’를 사업 철수의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에너지 수급 불안과 더불어 원자재값과 물류비 급등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업계에서는 불안 요소로 본다.

그러나 태양광 관련 업계는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시장은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을 버릴 필요가 없고, 중국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때, 한국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과 맞서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큐셀·현대에너지솔루션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신성이엔지, 에스에너지 등 중견기업까지 70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정우식 상근부회장은 24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중국 태양광 모듈 업체가 급성장한 데에는 정부의 저렴한 전기요금 공급 등 정책적 지원이 주요했다. 반도체가 일찍 성장한 한국도 전세계적으로 중국과 유일하게 태양광 산업 생산 전 과정에서의 가치 향상을 위한 ‘밸류체인’이 남아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이 70~80%를 차지해도 한국 기업 제품이 10~20%만 차지해도 지금은 기회”라며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략적 금융지원·세제혜택 등을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해 전력을 싸게 공급하는 등의 정책을 펴왔다는 점에서 기후 대응의 긍정적 사례로 삼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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