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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딱따구리’와 아이들 61명 헌법소원 “미래세대 기본권 지켜야”

등록 2022-08-01 08:00수정 2022-08-01 09:40

[세계는 기후소송 중] 딱따구리 등 62명 vs 대한민국 정부
세계 최초 ‘아기기후소송’ 세대 간 불평등에 반기
태아 ‘딱따구리’ 엄마 “의사결정에 아이들 배제 불공평”
딱따구리(태명)와 최지아 어린이가 엄마 이동현씨와 10일 낮 경기 군포시 대야동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딱따구리와 지아는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충분치 않아 미래세대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군포/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딱따구리(태명)와 최지아 어린이가 엄마 이동현씨와 10일 낮 경기 군포시 대야동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딱따구리와 지아는 정부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충분치 않아 미래세대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군포/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딱따구리 외 61명.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6월13일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들이다. 이 시행령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가 규정돼 있는데, 이 목표치가 미흡한 수준이어서 생명권 등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취지다. 5살 이하 아기 40명, 6~10살 어린이 22명이 참여했고, 대표 청구인은 당시 20주차 태아 딱따구리(태명)다.

“아이들은 기후위기로 어른보다 더 큰 피해와 부담을 떠안고, 우리가 탄소를 배출하며 누린 것들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됐죠.” 청구인 딱따구리와 최지아(6) 어린이의 어머니 이동현(40)씨는 지난 10일 <한겨레>와 만나 세계 최초의 ‘아기기후소송’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이 소송의 핵심은 기후위기가 안고 있는 세대 간 불평등이다. 미래세대는 이전 세대가 배출한 탄소로 기후위기를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 아직 탄소를 단 1g도 배출한 적 없는 딱따구리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일상 속에서 이런 불평등을 실감한다고 했다. “마트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 ‘몇십년 뒤 아이들도 이걸 쉽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벌써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고, 기후위기가 더 심해지면 먹거리부터 시작해 일상이 많이 바뀔 테니까요. 아이들은 탄소 감축 때문에 저성장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고요.”

6월13일 태아와 어린아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기후소송단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서울 중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월13일 태아와 어린아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기후소송단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서울 중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씨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니까 기후위기에 아무 관심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입니다. 지아도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소송이라고 설명해줬어요. 딱따구리와는 아직 말할 수 없지만, 이 아이가 미래에 안전하게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헌법재판소가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딱따구리(태명)와 최지아 어린이가 엄마 이동현씨와 지난 10일 낮 경기 군포시 대야동에서 꽃을 바라보고 있다. 군포/김혜윤 기자
딱따구리(태명)와 최지아 어린이가 엄마 이동현씨와 지난 10일 낮 경기 군포시 대야동에서 꽃을 바라보고 있다. 군포/김혜윤 기자

지아는 길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줍는다. 분리배출을 할 때도 배출 기준을 정확히 따른다. 집 근처 공원에서 맹꽁이 울음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고,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를 동경한다. 이날 인터뷰 때 지아는 동요 ‘푸른 세상 만들기’를 여러번 불렀다.

“아빠가 만들어주시나요/ 엄마가 만들어주실까/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하죠/ 아름다운 푸른 세상 만들기~”

지아의 노래는 문득, 아기기후소송에 참여한 아이들의 외침으로 들렸다.

군포/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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