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엔지(LNG) 발전기가 설치된 울산 남구의 울산화력발전소. 연합뉴스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올해 말까지 서울 노원열병합발전소와 경기 분당복합화력발전소, 제주 한림복합화력발전소 등의 가스발전소 18기를 폐쇄해야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기후단체인 기후솔루션과 독일의 기후정책 연구소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27일 ‘가스발전의 종말:2035년까지의 에너지 전환 보고서’에서 2023년 말까지 가스발전소 101기 가운데 18기를 폐쇄하고, 이후 매년 약 10기의 가스발전소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앞서 같은 연구진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비싼 가스발전의 미래는 없다’ 보고서의 후속편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약 200개 국가가 인류 생존을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아래로 억제하고 1.5℃ 이상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데, 당시 보고서는 2030년 발전 부문이 2022년 대비 90%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2034년까지 가스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2023년 이후의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지역별 가스발전소의 구체적 퇴출 로드맵을 담았다. 두 단체는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순서대로(경제성 시나리오), 단위 발전량 당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순서대로(환경성 시나리오) 가스발전소 퇴출 순서를 매겼다.
두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현재 가동 중인 101기의 발전소 가운데 서울 노원열병합발전소, 경기 분당복합화력발전소, 제주 한림복합화력발전소 등 총 4GW(기가 와트) 규모의 18기 발전소가 2023년 말까지 폐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3년 말 기준 가스발전 총 설비 용량인 43.5GW를 2034년까지 퇴출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4GW의 용량을 퇴출해야 한다고 봤다. 이는 매년 약 10기의 가스발전소를 꺼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진들은 가스발전을 확대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무게를 둔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라라 웰더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스(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라며 “1.5℃ 탄소 예산에 따른 가스발전 퇴출경로를 이행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이외에도 전기요금 하락, 건강 편익, 에너지 안보 확보 등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1월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통해 2036년까지 노후 석탄발전소 28기(14.1GW 규모)를 폐쇄한 뒤 같은 용량의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에 더해 9.3GW 규모의 가스발전소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내놨다.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과도한 가스발전 설비증설은 높은 가스 가격과 공급망 불안정 등으로 인해 향후 좌초자산을 늘리고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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