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이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4대강 사업 제3공구인 이포대교 옆 이포보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있다. (왼쪽) 22일 오전 경남 창녕군 길곡면 4대강공사 함안보 공사현장 크레인에서 이환문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4대강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김태형 기자
여주 이포보 30m 높이 상판서 환경운동가들 ‘생명 운동’
‘SOS 4 RIVERS’ 펼침막 내걸어…“국민 소리를 들으라”
‘SOS 4 RIVERS’ 펼침막 내걸어…“국민 소리를 들으라”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장맛비가 멈칫거리던 22일 오전 모처럼 푸른 물길을 낸 남한강이 그들을 품었다. 강 바닥이 갈갈이 찢겨나가는 아픔과 수모를 날마다 겪었던 남한강은 ‘생명운동’을 하는 그들을 맞이하고 잠시나마 신음을 멈춘 것 같았다.
정부의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현장인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30여m 높이의 이포보. ‘여주의 랜드마크 보’라고 적힌 광고판은 ‘4대강을 그대로 두라’는 대형 펼침막으로 뒤덮혔다. 남한강 한가운데에 솟은 이포보에 올라간 환경운동가들은 4대강을 구해달라는 뜻의 ‘SOS 4 RIVERS’라는 펼침막을 내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오전 3시25분께 이포보로 올라간 이들은 1시간 뒤 다른 사람의 진입을 막기 위해 교보를 통하는 임시 통로를 잘라내 없앴다. 때문에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쪽은 보트 두 대를 이용해 추락방지용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황급히 100여명의 병력을 공사장 안팎에 배치한 경찰은 보 아랫쪽에 급류가 흐흐고 곳곳에 철골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 점 등을 들어 진압 보다는 설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임시 통로를 걷어낸 농성자들이 발전기용 휘발유와 약간의 식량, 생수 등을 소지하고 150㎡ 남짓한 공간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언제 끝낼 지 모르는 싸움에 모든 것을 건 모습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42) 사무처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국토의 핏줄을 끊어내는 절박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며 “스스로 눈과 귀를 막아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정부이지만 아직도 반성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등이 적힌 대형 펼침막 3개가 크레인이 내걸린 낙동강 함안보 현장 역시 긴장감 속에 더딘 하루가 지나갔다. 물놀이용 고무보트를 이용해 함안보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역시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4대강 사업 때문에 더러워진 낙동강물이 다시 깨끗해지기 전까지는 내 의지 대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안보 시공사는 이날 공사장 모든 출입문을 닫아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으며, 이 과정에 환경운동가 2명이 문을 열 것을 요구하며 담장을 넘어 공사장 안에 들어갔다 경찰에 연행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만약 점거가 장기화된다면 안전장치 설치 후 강제로 진압할 수도 있다”고 밝혀 시간이 갈 수록 긴장은 높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주 창녕/김기성 최상원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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