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3일간 한파로 2조3천억원의 경제 피해, 2018년 31.4일 폭염으로 48명 사망, 2019년 7개 태풍의 영향으로 18명 사망·2000억원 재산 손실…. 환경부와 기상청이 28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최근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각종 이상 기상·기후 현상들이 미래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인 인간 활동 유래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지 못한다면 예측이 현실이 될 것은 명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온난화로 폭염 빈도 증가
최근 2013년, 2016년, 2018년 폭염이 빈발하고 있다. 특히 2018년 8월1일에는 일 최고기온이 홍천에서 41도, 다음날 서울에서 일 최저기온이 30.3도로 나타나 관측 사상 최고값을 경신했다. 한반도에서 폭염이 자주 발생하고 강도가 커지는 것은 2015∼2019년 전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최대값을 잇따라 경신하는 등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열대야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발생 빈도와 강도, 지속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폭염은 주로 영호남 내륙에서 발생하는 반면 열대야는 제주와 남해안,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해, 여름철 일 최고기온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과 일 최저기온이 상승하는 원인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래에는 폭염일수가 현재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이용한 대표농도경로(RCP)8.5 시나리오(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로 전망했을 때 폭염일수는 현재 평년(1981~2010년 30년 평균)값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여름철의 30% 이상이 폭염일에 해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이 1도 증가할 때 사망 위험은 5% 증가하고, 폭염 시기에는 8% 증가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과 건강 수준을 고려해 하절기 서울시 사망률을 예측해보니 2011년 인구 10만명당 100.6명인 것이 2040년에는 230.4명으로 2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앞서 2015년에 나온 보고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2001~2010년 인구 10만명당 0.7명에서 2036∼2040년 1.5명으로 2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 이상고온·저온 현상 지속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한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상승 추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2000년대 이전에는 주로 겨울철 기온 상승이 주요 요인이었다. 이후 겨울철 기온은 오히려 내려가는 경향을 보인 반면 여름철의 상승 추세가 두드러지고 연평균기온 상승률도 가팔라지고 있다.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기후변동폭은 커지는 ‘온난화의 역설’이다. 1980년대(1981~1990년) 12.2도였던 연평균기온은 2000년대에 12.8도로 높아지고 2010년대에는 13.0도까지 상승했다. 지난해는 13.5도로 2016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1월부터 6월까지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5월 평균기온은 2012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2014~2017년 해마다 기록이 경신돼 주목된다. 2019년 5월 기온이 역대 2위로 기록되면서 5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의 1~5위가 모두 2014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기상기후학계에서는 이상고온 현상 빈도 증가와 관련해 북극 인근 바렌츠·카라해 지역의 봄철 해빙 감소에 동반된 내륙 고기압과 유라시아 토양 수분의 감소에 의해 중국 북동부 지역에 발달하는 강한 고기압 등 대규모 순환장의 변동에 주목한다. 보고서는 봄철의 장기적 기온 상승 경향이 온실가스 배출 등 인위적 원인에 있으며, 인위적 효과에 의해 봄철 고온이 발생할 가능성이 2∼3배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여름철 강수와 집중호우의 빈도·강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인천·대전·대구·울산·광주·부산·춘천 등 8개 주요 도시 30년 강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극한 강수 발생이 3.1~15% 증가했다. 가능최대강수량(일정 기간 특정 지역의 가장 극심한 기상 조건에서 가정할 수 있는 강수량 최대값)이 과거(∼2013년) 915.5㎜에서 미래(∼2100년)에는 1030.1㎜로 13.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강수의 지역별·계절별 차이가 커, 가뭄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연구에서는 2030년대에는 중부·남부지역, 2050년대에는 낙동강 유역, 2080년대에는 전국이 가뭄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반도 CO₂ 농도 증가율 높아
2018년 안면도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의 농도는 각각 415.2ppm과 1974ppb이다. 이는 1999년 측정치보다 각각 44ppm, 113ppb 증가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0년 동안 연간 2.4ppm 증가해, 전지구 연평균 증가율 2.2ppm보다 조금 높다.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60%가 넘는다. 메탄은 농도는 낮아도 온난화 효율이 이산화탄소의 23배에 이른다.
기후변화에 관여하는 또다른 인자인 오존(O₃)의 경우 미국·유럽과 달리 한반도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오존주의보 발령 일수는 2007년 22일에서 2018년 66일로 3배로 증가했고,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도 2006년 52회에서 2018년 489회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농업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에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원임이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온실가스의 하나인 아산화질소(N₂O)의 농도는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는데, 농업의 질소 비료 의존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 저자로 참여한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인위적인 요소인 온실가스 농도 변화가 우리나라에서 전지구 평균보다 강하게 나타난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며 ”대응을 위한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고유의 지역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데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