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의 기온 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두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한편, 벼와 감자를 비롯한 주요 식용작물의 수확량이 급감하고 어류·해조류 등 양식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반도 기후변화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 기후변화를 전망하기 위한 보고서를 2010년부터 5년 단위로 내고 있다. 올해 보고서에선 우리나라 기온 증가율이 세계 평균보다 1.9~2.6배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연구팀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와 미국 고더드우주연구소가 분석한 지표기온 자료를 바탕으로 1912~2014년의 세계와 우리나라 기온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13.5도 정도다.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00년 동안 지표기온은 1.8도가 올라 세계 평균 1.4도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미래의 상승 속도도 한국이 빠르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한 정도로 감축했을 때 21세기 말 기온이 현재보다 2.9도,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4.7도 이상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세계 기온 상승 전망치 2.5도, 4.6도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변 해수면 온도 상승도 세계 평균을 뛰어넘고 있다. 1968~2016년 49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표면 수온은 1.23도 오른 데 견줘 세계 평균은 0.47도로, 우리나라 상승 속도가 2.6배 빠르다. 민승기 교수는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 재난 위험은 기온 상승과 단순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다”며 “기온 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온난화 대응도 더 강력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기후는 오늘 하루의 ‘날씨’가 아닌 30년, 50년, 100년간을 종합한 개념이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한 1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4도가량 상승했는데, 지난 100년 동안 이미 1도 이상 오른 것이다. 기온 상승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속도와 같은 추세를 보여왔는데, 이를 근거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한 지난 100년간의 인간 활동을 기온 상승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겨레>는 이런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앞으로 주간 단위로 지구 대기상의 온실가스 수치를 보도하기로 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0년 동안 연간 2.4ppm 증가해, 세계 연평균 증가율 2.2ppm보다 조금 높다.
이근영 박기용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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