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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감내 가능한” 기후위기는 없다

등록 2021-04-25 11:29수정 2021-12-29 14:19

정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환경단체 “산업계 눈치보기…기후위기는 감내 가능한가”
목표 크게 높인 미국서도 달성까지 남은 과제 산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22일(미국시각) 열린 화상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이사회의 화면에 나오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22일(미국시각) 열린 화상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이사회의 화면에 나오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지난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내놓지 못했다. 큰 폭의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 사회 전분야에 걸쳐 급속하고 전면적인 대전환을 요구한다. 문 대통령이 석탄화력발전 신규 투자 중단을 약속하면서도 “관련 산업과 기업, 일자리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때문이다.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엄청난 목표 상향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강력한 감축 의지는 평가하면서도 이행을 위한 구체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메릴랜드대 글로벌 지속가능성 센터는 미국이 2030년 온실가스 50% 감축을 위해 미국인과 미국 경제가 ‘감내’해야 할 변화로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0%에서 50%로 확대 △탄소포집 기능을 갖춘 신형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200개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운영 중단 △전기차 판매 비중을 현재 2%에서 3분의 2 수준으로 확대 △시멘트·철강·화학산업 에너지 효율화 △산림 확대를 통한 탄소흡수량 20% 이상 증가 등을 제시했다. 이 모든 것을 10년 안에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온실가스 5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 짜지 않았으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공화당)의 반대 등 난관이 자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짜고 있는 우리 정부도 큰 폭의 감축 목표 상향이 가져올 산업적, 경제적 충격을 저울질하고 있다.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산업부 온실가스감축팀은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NDC 상향 목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기후전략과가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를 말하면서 “선도적인 탄소중립 추진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힌 것과는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산업부는 “산업경쟁력, 전력수급 등 국가경제 전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상향 수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생산과 고용 등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당사국이 여건을 고려해 자발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규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수반될 경제적, 산업적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조은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미국은 활동가가 보기에도 선도적인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생산 감소 등) 경제적 충격을 감내하고서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더 중요시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 태도에 대해 “2050년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먼 목표만 있고 중간단계는 없다.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아직 도출되지 못한 점도 감안해야 겠지만, 산업계 눈치보기나 산업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 간 이견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경제적 고려를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위원장은 “산업부는 산업계, 기업의 목소리를 얘기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지금은 기후위기 자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정부 인식이 걱정된다”고 했다.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적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23일(한국시각) 향후 30년 기후변화가 각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기후변화의 경제학-행동하지 않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아래로 상승하더라도 국내총생산이 2.7% 감소하고, 2도 상승할 때는 8.5%, 2.6도 상승 9.7%, 3.2도 상승할 때 무려 12.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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