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먼 미래의 약속이 아닌 당장의 10년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6개월 전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했다. 그러나 함께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갱신안에는 기존에 목표로 했던 배출량을 그대로 적어냈다. 환경단체는
“현재 속도로 걷다가 나중에 뛰려고 하느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22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최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감축 목표 연내 상향“만을 약속했을 뿐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이 해온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문 대통령이 ‘기후목표 증진’을 주제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 1세션에서 세계 정상들 앞에서 한 3분 발언을 팩트체크했다.
① 지난해 ‘2030년 감축 목표’ 1차 상향했다?
“한국은 지난해, NDC를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1차 상향한 바 있습니다. 그에 이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합니다.”
정부는 2018년 갱신했던 2030년 감축 목표를 지난해 9~10월께 변경했다.
환경부는 ‘‘2030년 배출전망치(8억5080만t) 대비 37% 감축’ 이라는 기존 표현 대신 ‘2017년 배출량(7억910만t)보다 24.4% 감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다고 알렸다. 배출전망치(BAU) 기준에서 실제 배출절대량으로 기준을 바꿔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총합은 모두 5억3600만t로 동일하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전체 배출량이 같은데 대통령이 무슨 근거로 저렇게 말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발표한 엔디시 갱신안을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세부 수정할 때 바꾼 부분이 있다. 해외에서의 감축량을 높게 책정해서 비판받았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국내 감축량을 높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대한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1차 상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축 목표(배출량)는 똑같다”고 했다. 또다른 기후운동가는 “대통령이 세세한 사안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실무자들이 표현을 잘못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 쪽은 “배출전망치는 유동적인 수치다. 그런데 기준점을 실제 배출값으로 바꿔두면 결과값인 감축량을 고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대통령이 ‘1차 상향’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배출전망치 개념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배출전망치를 절대량으로 바꾼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② 2018년보다 온실가스 10% 이상 감축했다?
“한국은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0% 이상 감축한 바 있습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2018년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0만t이다. 정점을 기록한 것은 맞다. 2019년 잠정배출량 추정치는 7억280만톤으로 줄었다.
2490만t 감소해 전년보다 3.4% 감소했다. 2020년 배출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 말대로라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5천만t대로 대폭 감소해야 한다.
물론 아직 전체 배출량을 세부적으로 집계하지 못했을 뿐 정부는 감소 추이를 미리 확인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에너지 사용이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이는 전 세계적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이어졌다.
미국 역시 2005년 이후로 온실가스 배출이 21% 가량 줄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감소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가 회복되면 온실가스 배출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각 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 현상을 온전히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일부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10% 이상 감축했다”고 자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조기 폐지하여 석탄화력발전을 과감히 감축했으며,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탈석탄을 공약했다. 지난해 탄소중립 선언 때도 “우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조기 폐지하는 등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석탄화력 건설 등 현재 진행 중인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언급이 없어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실제로 2024년 완공 이후 30년 동안 가동이 예정돼 있는 삼척블루파워석탄화력발전소에서 해마다 배출될 온실가스량은 1280만t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그린뉴딜 사업으로 2025년까지 감축하는 온실가스 총량 1229만t에 육박한다.
공정률이 30% 수준인 삼척화력발전소 외에도 새로 가동하거나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가 국내에만 6곳이 더 있다. 이달 말 경상남도 고성군에 위치한 고성하이화력발전소 1호기가, 10월에는 2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이어 2022~23년 가동 예정인 강릉 안인1·2호기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2030년 이전에 이들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가동을 중단·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동재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운영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석탄발전 감축을 과감히 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