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과 감염자 그래프 표시 앞에 주사기 바늘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미크론(Omicron) 변이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주요 변이 중 가장 심각한 변이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6일(현지시각)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발견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위험 분석보고서’를 냈다. 유럽질병센터는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1일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되고 14일 남아프리카에서, 26일 벨기에, 홍콩, 이스라엘에서 잇따라 확인됐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더 강하고, 면역회피(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공격을 피해 감염시키는 것) 우려로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추고 재감염의 우려도 있어 우려 변이(VOC)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가시화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국제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객관적으로 정리된 역학 자료가 없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미국·한국 등 각국이 앞다퉈 국경 통제에 나서고 있다. 28일 오후 10시 현재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국가는 처음 바이러스가 확인된 보츠와나를 포함해 남아공·홍콩·벨기에·체코·이스라엘·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호주·네덜란드 등 12개 국가에 이른다.
‘가장 이질적 변이’ 오미크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겨레>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국내 전문가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 등 네 명을 인터뷰해 정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델타 변이 확진이 감소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벨기에 생물학자 톰 벤셀리스(Tom Wenseleers) 트위터 갈무리.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견줘 더욱 높은 전파력을 가졌을 것이란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공 현지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델타 변이를 뚫고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최근 겨울철(한국의 여름)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한 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확진자 수가 줄고 있었다. 그런데 11월 중순께부터 하우텡주의 주도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젊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남아공 국립감염병 연구소는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배종이 되었던 주요 변이 바이러스 계통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이질적인 변이였다.
이재갑 교수는
“정보가 아직 많지 않아서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남아공에서 분석되는 변이 중 거의 100%가 오미크론 변이로 나온다. 미뤄 짐작하면 델타 변이 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델타 변이보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6으로 잡으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10정도 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제일 낮게 잡아도 델타 변이에 비해 30% 정도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확산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2∼3배까지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유럽질병청도 보고를 통해 “남아공에서의 집단 감염은 슈퍼전파자에 의한 전파이거나, 면역 회피에 의한 돌파감염 증가일 수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지 전파속도만 놓고 보면 델타 변이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파력이 높은 반면 치명률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는 치명률이 높아지면 전파되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치명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언론 보도에선 주로 경증 환자들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오미크론 변이를 남아공 보건 당국에 처음 알린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 아주 다르지만 증상은 가벼웠다”며 “한 젊은이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리 뛰던 6살 어린이는 이틀 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상무는
“꼭 전파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명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이라 치사율·치명률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치명률과 관련해선 섣불리 결론내려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아공에서 감염된 인구집단이 주로 젊은층이었기 때문에 아직 고령층에서 얼마나 위중증으로 발전하는지 분석된 바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사진의 붉은색 돌출 부분)에서 32가지의 변이가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인돼, 각국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처럼 강한 전파력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치명률과 더불어 많은 전문가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가능성이다.
남아공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에 이르는 돌연변이가 생긴 오미크론 변이는 양상이 매우 이례적이고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처럼 돌출된 부분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손잡이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전파력이 더 커지거나 백신접종·감염 등으로 이미 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 체계를 피해 감염(돌파감염·재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면역을 회피해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형 상무는 이러한 현상을 오미크론 변이의 진화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바이러스 변이를 연구할 때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 유무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오미크론은 기존의 주요 변이(알파·베타·델타·감마)를 모두 갖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재감염을 거듭하면서 기존에 있던 변이를 모두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변이가 지난해 6월께 독립적으로 분리됐다가 최근에야 갑자기 나왔는데 여러 변이의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감염 통제가 안돼 재감염에 의해 진화될 동안 유전자 분석으로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최근 나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의 백신에 대해 내성을 갖고 감염예방효과를 낮추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빨간색으로 분류된 오미크론 변이가 주요 변이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6월께 발생했던 변이에서 파생돼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넥스트 스트레인 갈무리
엄중식 교수는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 감소는 이미 델타 변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인됐고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델타 변이 이전에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90%이 넘는 감염예방효과가 있었는데 델타 변이 등장 이후 70%대로 감소했고, 80% 정도 감염예방효과가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델타 변이 보다 더 큰 변이가 있다면 결국 백신의 보호효과도 떨어지고 돌파감염이 늘어나 기존 백신이 무력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감소하면, 항체치료제의 치료효과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갑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타켓)으로 작용하는 항체치료제 계열은 효과가 낮아질 수 있으나,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낮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도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상무도
“경구용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작용하지 않고,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의 효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머크사가 몰누피라비르의 치료 효과가 50%라고 했다가 30%로 수정해 경구용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임상에서 써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정도와 재감염·돌파감염에 관한 분석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트란트 대학의 바이러스 학자 무어 페니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2주 안에 관련 첫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오는 여행객 통제에 들어간 가운데 26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승객들이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연합뉴스
국내 유입 차단 어렵지만…‘뮤’ 변이처럼 사그라들 수도
코로나19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선제적인 남아프리카발 입국 통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미크론 변이는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입국 차단 조처는 국내 유입 시기를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퍼질 것이기 때문에 앞선 델타 변이와 똑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막는다고 했지만 지난 여름 델타 변이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변이로 자리잡는데 한달이 채 안걸렸다”며
“국민들의 해외이동이 델타 변이 당시보다 몇배는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면 한국은 바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 교수도
“앞서 델타 변이가 유입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기간 중에 확산했는데 여기에 대한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오면 결국 비슷하게 퍼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는 시점엔 이미 국내에서 상당히 퍼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검사해 변이 유전자의 확산을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윤 교수는 한국의 바이러스 변이감시 체계가 오미크론 변이를 추적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과정에 질병관리청의 변이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질병청은 3∼4일이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검사 결과가 지방자치단체에 보고되기까지는 1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돼 지역감염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을 모든 확진자에 대해 실시할 수 없고 검사 결과를 얻기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질병청은 28일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분석은 최근 4주를 기준으로 15.1%”라고 설명했다. 전체 확진자의 85%는 실제로 어떤 변이에 감염되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변이분석율이 5∼10%”라며 한국의 변이분석률이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설명은 사실이다.
김태형 상무는
“10% 이상 변이분석률이면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에선 오미크론 변이를 1년 6개월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늦어도 한달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바이러스 게놈 분석은 검사를 실시하는 시료(바이러스 샘플)가 바이러스의 양이 부족해 판독이 안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감염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적은 양의 바이러스로도 가능하지만, 유전체 분석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이러한 이유로 “최근 5주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확진자 22명 가운데 8명에 대해선 유전체 분석을 할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국, 우리는 모든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채취해 검사할 수 없고 남아프리카발 입국을 차단하더라도 유럽·미국을 통한 유입, 그리고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남아메리카에서 유행하다 한국에 들어왔으나 전파되지 않았던 ‘뮤’(Mu)변이처럼 국내에 유입된 후 확산하지 못하고 사그라들 가능성도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9월 초 브리핑에서 “국내에서는 3건의 뮤 변이 국외유입 사례가 확인됐으며, 국내 지역 발생 건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뮤 변이 감염자는 멕시코와 미국, 콜롬비아에서 각각 5, 6, 7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월 말 코로나19 주간 보고서에서 콜롬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B.1.621’ 변이 바이러스를 뮤 변이로 명명하고 ‘관심 변이’로 지정했었다. 콜롬비아에선 뮤 변이 감염비율이 한때 확진자의 39%까지 치솟았으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김태형 상무는
“당시 델타 변이가 한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뮤 변이가 확산하지 못했고,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베타 변이도 델타 변이 때문에 크게 확산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한차례 유행하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남아공과는 달리 연일 4천명 안팎의 델타 변이 감염환자가 나오고 있는 한국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더라도 크게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전 세계 보건당국이 남아공에서 보고된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방역을 위한 빗장을 채우고 있는 28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오미크론 관련 TV 뉴스가 나오는 화면 앞을 외항사 승무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지역으로의 이동을 자제하고,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 현재 진행중인 델타 변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백신접종률 제고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국가들은 40대 이상 인구와 18살 이상 성인 중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접종을 계속해야 한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돌파감염·재감염률 등 분석에는 2주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는 백신접종률 제고, 마스크 착용, 여행 자제 등의 비약물적인 중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를 낮출 가능성도 있으나, 델타 변이에서 보듯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크게 낮추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기본적으로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형 상무는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면 돌파감염이 일부 되겠지만 백신이 중증 진행을 막아주는 효과는 확실히 보여주는게 있다. 기본접종 대상을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8살 이상 어린이까지 확대하고, 추가접종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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