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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단독] 정호영, 조처 소홀로 ‘환자 사망’ 의료사고…법원도 과실 인정

등록 2022-05-03 04:59수정 2022-05-03 15:01

2011년 수술했던 위암 초기 환자
퇴원 뒤 복통 호소하며 내원했지만
약처방·검진 예약만 하고 돌려보내
귀가 4일 만에 쓰러져 열흘 뒤 사망

법원 “수술 이후 장폐색 발생 판단”
후속 조처 미흡 등 손배책임 인정
후보자 쪽 “고인 안타까워…판결 존중”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011년 수술 후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제대로 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환자가 숨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환자는 수술 2개월 뒤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정 후보자가 약처방과 검사예약만 한 뒤 돌려보냈다. 이후 환자가 4일 만에 의식을 잃고 응급이송됐고, 2주 만에 사망했다. 사망한 환자의 유족은 경북대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 후보자의 과실을 인정했다.

2일 <한겨레>가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던 2011년 조기위암(위암초기) 환자 ㄱ씨의 주치의를 맡았다. ㄱ씨는 그해 1월25일에 정 후보자에게 조기위암 수술을 받았고, 다음달인 2월16일 퇴원했다. 이후 정 후보자와 병원 쪽은 ㄱ씨가 2월 말 한차례 내원했을 때도 환자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해 두달 뒤로 다시 진료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ㄱ씨는 그 사이 고통을 호소했다. 복통 등 증상이 심해져 1·2차 의료기관에서 관련 약을 처방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해 4월11일에 경북대병원에 온 ㄱ씨는 정 후보자의 진료를 받았으나, 정 후보자는 위장관조절제 등을 처방한 뒤 시티(CT)·위내시경 검사 일정을 1주일 뒤인 4월18일로 잡고 ㄱ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귀가한 ㄱ씨는 4일 만에 호흡곤란 등 의식을 잃고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다. 이후 응급수술을 두 차례 거쳤으나 10일 만인 4월25일 다발성 장기부전(몸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심하게 둔해지는 상태)과 패혈증(미생물 감염에 대한 전신적인 반응으로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으로 사망했다.

응급수술 당시 ㄱ씨는 3개월 전보다 체중이 10kg 감소했고, 소장의 조직이 괴사하는 등 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ㄱ씨 신체에 장유착(장의 조직이 붙어 버리는 현상, 수술 후 발생하는 경우 많음), 장폐색(장이 막히는 증상), 장천공(장 벽에 구멍이 뚤리는 증상)이 관찰됐고, 이 요인이 사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ㄱ씨의 유족은 “4월11일 경북대병원에 내원해 복통 등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단순복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서라도 장폐색 등을 진단하지 않는 등 ㄱ씨가 적절한 조처를 받지 못했다. 정 교수(후보자)가 ㄱ에 대해 충분한 검진을 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경북대병원이 치료비 등 6568만원을 배상하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은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과 정 후보자의 과실을 인정했다. 우선 법원은 진료기록과 타 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기록 감정 등을 종합해볼 때 정 후보자의 1월 첫 수술 이후 환자에 부분적인 장폐색이 발생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ㄱ씨가 호소한 복통 등으로 봤을 때, 정 후보자가 ㄱ씨에 대한 충분한 검진과 혈액검사, 단순방사선촬영검사라도 했다면 복통의 원인으로 보이는 장유착과 부분적 장폐색을 진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 후보자가 주의를 기울였다면 ㄱ씨가 조기에 처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또한 정 후보자가 4월11일 ㄱ씨를 진료한 진료기록지에 환자의 복통 등 증상이 기재되지 않은 점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판결에서 “검진과 검사를 아니한 채 시티검사 일자만을 잡고 ㄱ씨를 귀가하게 한 경북대병원 의사(정 후보자)의 조치와 ㄱ씨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법원은 병원 쪽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장례비 등을 포함해 4491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ㄱ씨가 2011년 4월11일 걸어서 병원에 왔고, 문진표에 정 후보자 입장에서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ㄱ씨가 고령이었고 진단이 어려웠던 점, 응급상황이 발생한 이후 경북대병원 쪽이 ㄱ씨 치료를 위해 노력한 점 등도 참작했다. ㄱ씨 유족 쪽과 병원 모두 항소를 하지않아 1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한겨레>에 “조기위암 수술은 살 수 있는 수술인데, 수술 후 얼마지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수술 후 환자 상태가 나빠졌는데도, 담당 의사가 후속조치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판결문 내용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과전문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환자이기 때문에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을 생각해서 응급조치를 하고 엑스레이 정도는 찍었어야 한다”며 “수술하고 온 환자를 주의깊게 보고 상황에 맞게 빨리 검사와 조치를 취했으면 사망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 쪽은 <한겨레>에 “법원의 판결을 떠나 고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당시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등 사정이 있었지만, 법원이 인정한 일부 손해배상 역시 존중한다. 장관 후보자로서 의사도 환자도 모두 안전하게 진료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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