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18일 김승희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재임 당시 업무추진비 약 600만원을 축소해 식약처 누리집에 공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누락된 내역엔 김 후보자 자택 근처 백화점 사용, 쪼개기 결제 등이 포함돼 있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5일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와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식약처장으로 근무했던 2015년 4월7일~2016년 3월13일까지 약 1년동안 6098만685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식약처 누리집에 공개된 공개된 ‘기관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은 5514만5850원으로 584만1000원이 적다. 업무추진비는 공적 업무에만 사용되어야 하며,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보면 △건당 50만원 이상을 결제하거나 △공휴일과 주말,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밤 11시 등 비정상시간대에 사용할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누락된 584만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로 증빙서류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당시 후보자의 근무지인 식약처는 충북 오송이었지만, 11건(132만2300원)의 업무추진비가 자택 근처인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사용됐다. 2015년 11월19일에는 목동의 한 백화점에서 업무추진비가 3번 결제됐는데, 용도는 ‘국회 예결소위 대비 회의’였다. 6월5일 목동의 한 일식점에서 쓴 내역도 누락됐다. 2015년 10월 한 식당에선 47만원과 41만원으로 ‘쪼개기 결제’가 이뤄졌는데, 식약처 누리집엔 47만원 결제를 명시하지 않았다.
업무추진비가 기관장의 업무 수행을 위해 유연하게 사용되는 측면이 있지만, 사용 내역 누락 등은 감사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전직 공공기관 감사 출신의 한 인사는 “사적 유용의 여지가 있어 집 근처에서의 사용은 엄격히 제한한다. 특히 백화점은 개인용품도 살 수 있는 곳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집 근처 사용이나 ‘쪼개기 결제’, 내역이 누락된 부분 등은 감사 대상”이라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당시 쓴 정치자금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공직자 시절에 공금 사용도 문제 될 수 있는 건 의도적으로 누락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며 “다시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관용차로 쓰던 렌트 차량(G80)을 헐값 매입하고, 관용 차량의 주유비를 과다하게 지출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담당자는 <한겨레>에 “기재부의 업무추진비 지침을 따르고, 사용 내역은 모두 누리집에 올린다”며 “당시 쓴 영수증 등은 회계서류와 관련해 보존 기간이 있어, 현재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증명할 서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 쪽은 “식약처는 2017년 2월부턴 식약처장과 비서실을 포함한 처장실 업추비 사용내역을 공개했지만, 국회 제출자료와 달리 (식약처) 홈페이지는 업데이트가 안돼 (금액)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목동 백화점에서 결제한 3건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회의 준비를 위해 처장실에서 도시락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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