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자가 의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확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의사 등 보건의료 인력 공급에서도 열악한 편이다.
연세대 일반대학원 보건학과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2020년 한국 보건의료의 상대적 위치와 추이’ 보고서를 최근 한국보건행정학회 학회지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오이시디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 기준 오이시디 회원국 대비 한국의 보건의료 여건을 분석했다. 여건이 좋은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오는 국가의 수준(중앙값)을 ‘0’으로 두고 한국의 수준이 높을수록 ‘1’에, 낮을수록 ‘-1’에 가까운 숫자를 매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환자가 진찰 중 의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확률’ 항목 점수는 -1.000으로 전체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2016년과 2018년에도 각각 -0.313, -0.372로 오이시디 중앙값보다 아래였는데, 더 떨어진 것이다. 한국 환자의 ‘진찰 시간에 대한 만족도’(-0.570), ‘의사 설명에 대한 이해도’(-0.022)도 낮은 편이었다. 이른바 ‘3분 진료’처럼 의사와의 짧은 대면 시간이 환자의 질문을 어렵게 하고, 처방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 공급’ 항목(-0.387)에서도 오이시디 중앙값에 못 미쳤다. 치과의사(-0.349), 간호사(-0.153), 약사(-0.141) 등에 비해 의사(-0.905) 직역의 공급이 특히 부족했다. 반면 병상(1.000), 장비(0.253) 공급은 양호한 편이었다. 인구 1000명당 전체 병상 수는 12.65개로, 오이시디 35개 회원국 중 가장 많았고, 장기입원 병상 수(5.35개)도 데이터가 있는 21개국 중 최다였다. ‘외래이용 빈도’ 항목의 점수(1.000) 역시 최고였고, ‘입원 일수’(0.818)는 회원국 중 일본 다음으로 많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오이시디 국가 중 인구 대비 의료인력의 수가 적은 것에 비해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는 높고, 병상 수나 장비는 굉장히 많은 수준”이라며 “의료의 질 영역에서는 급성기 질환이나 암 환자에 대해서는 오이시디 국가들보다 높은(양호한) 반면, 일차 의료나 정신건강 관련 의료는 낮은 수준을 보여 개선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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