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정혜원 병원장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던 중 한 희생자 부모가 병원의 사건 수습 과정을 항의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대목동병원이 최근 몇년간 ‘엑스레이 필름 좌우 반전 사고’, ‘결핵 간호사 감염 사고’, ‘날벌레 수액’ 등 크고 작은 의료사고를 빚었으나, 보건당국은 단순 시정명령 이상의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목동병원 등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결국 신생아 집단 사망 등 대형 사고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대목동병원은 2014년 ‘엑스레이 필름 좌우 반전 사고’ 때 아무런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 이 병원에선 2013년 1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좌우가 바뀐 코 엑스레이 필름으로 578명을 진료했는데, 이 가운데 120여명은 한쪽 코에만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은 환자였다. 그런데도 병원은 대부분 수술이나 큰 시술 없이 단순 부비동염(염증) 치료에 그쳤다는 이유로, 엑스레이 필름의 좌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환자한테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이 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실 간호사 결핵 감염 사고 이후에도 행정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양천구보건소 등은 중환자실을 거쳐간 영아 166명과 병원 직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여 영아 2명과 직원 5명의 잠복결핵 감염 사실을 파악했지만, 행정제재는 없었다.
보건당국이 나선 것은 지난 9월 ‘날벌레 수액 논란’ 때가 유일하다. 당시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생후 5개월 영아의 수액 연결관에서 날벌레가 나오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에 양천구보건소는 10월26일 병원 쪽에 “변질되거나 오염·손상된 의약품을 사용하지 말 것” 등의 시정명령과 재발방지를 요청했고, 11월7일 병원은 “직원 교육을 포함해 수액주사 때 이물 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 재발방지 조처를 했다”고 보고했다. 행정처분엔 시정명령 이외에도 자격정지, 영업정지, 업무정지, 과태료 부과 등이 있는데, 이대목동병원은 잇단 사고에도 단순 시정명령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행정처분은 날벌레 수액 사건 때가 유일했는데 의료 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선 의료법에도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환자들이 비용을 더 내더라도 이대목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을 가는 이유는 신뢰 때문”이라며 “환자 안전 예방 기능이 완전히 무너졌는데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할 방법이 없는 현행 의료기관 평가인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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