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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질병관리청 무늬만 승격 논란…뒤에서 ‘실속’ 챙긴 복지부?

등록 2020-06-04 18:20수정 2020-06-05 09:41

국립보건연·감염병연구센터 이관에
정은경 본부장 “질병관리청 안에도
감염병 연구조직과 인력 확충돼야”
보건연구원 이관엔 “필요하다 판단”
보건의료 전반 연구 담당하는 까닭
이재갑 교수 “이관 철회를” 국민청원
질병관리청 승격이 계획돼있는 질병관리본부.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승격이 계획돼있는 질병관리본부.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안에도 역학조사나 감염병 예방·퇴치와 관련한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조직과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지만, 연구 기능을 보건복지부에 뺏기게 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4일 정은경 질본 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이렇게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전반의 연구를 담당하기 때문에 복지부 산하로 이관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국립보건연구원이 하는) 기초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와는 성격이 다른 공중보건 연구 기능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안에 정책 연구 기능을 계속 둬야 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은 부본부장인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브리핑 시작 직전에 정은경 본부장으로 바뀌었다.

 전날 행정안전부는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인 질본을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엔 질본 산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과 연구원 산하 감염병연구센터를 모두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도 담겼다. 감염병연구센터는 연구자 등 43명이 바이러스 연구 등을 맡고 있는 곳이다. 개정안대로 이 연구센터를 복지부 산하로 옮겨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개편하면, 질병관리청엔 역학조사와 검역 등의 기능만 남게 된다. 질병관리청의 인력 규모와 역할, 기능은 21대 국회 개원 뒤 개정안이 통과돼야 최종 결정되지만 이대로라면, 질병관리본부 정원은 907명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기존보다 오히려 줄어든다. 다만 질병관리청 독자적으로 예산 편성, 조직 운영을 할 수 있게 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반발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직접 올려 “질본 산하기관으로 연구 기능을 맡고 있던 국립보건연구원, 특히 감염병연구센터까지 복지부로 옮긴다는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으로 독립시켜준다면서 정책 연구 기능을 복지부로 떼가버리면 질본은 감염병 사태가 터질 때마다 뒷수습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며 “흩어져 있는 감염병 정책 기능을 질병관리청으로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올린 국민청원에는 2만834명(4일 오후 4시 현재)이 서명했다.

 보건복지부 쪽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진화에 나섰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연구만 하는 곳이 아니다. (복지부 산하로 옮겨와야) 줄기세포 연구 등 전체적인 바이오헬스산업 기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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