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한 시민이 번호표를 뽑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 70대 코로나19 확진자가 20일 오전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병원 이송 절차를 준비하다가 숨졌다. 방역당국은 “병상 배정 문제가 있어서 숨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최근 확진자가 고령층이 많은 상황이어서 향후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경기도 70대 확진자가 전날 오후 검사를 받고 이날 오전 11시 반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병원 이송 등 후속 조처를 위해 자택을 방문했을 때 이미 숨져 있는 상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어제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신 걸로 보인다. 좀 더 자세한 사망 원인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 2~3월 대구에서 환자가 폭증하던 때 병상 배정을 기다리며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숨진 사례가 잇따랐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병상이 부족하거나 의료기관의 준비가 미비해서 발생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확산세의 핵심 고리인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의 40%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천지발 1차 대유행 때는 20대가 전체 확진자(5214명)의 37.5%(1956명)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확진자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입원 대기 중 숨지는 사례가 나왔다.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확진자 10명 가운데 4명(39.7%)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어서 증세가 악화해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진단검사 뒤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검사 인력 등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서울은 대구 때처럼 (병상 체계가) 심각하게 엉켜서 집에서 며칠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아니기 때문에, 증상 발견 시점과 환자의 연령, 기저질환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면서도 “진단검사 수가 늘어나 검사 결과 등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므로 인력을 추가 투입해 검사할 때부터 중증도를 나누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중하거나 중증인 환자가 늘어날 것을 대비한 병상 확충도 시급하다. 이날 기준으로 위중·중증 환자는 12명이지만, 고령층 확진자가 많아짐에 따라 다음주부터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15일 기준 82개 남아 있던 서울 지역의 중증 환자 병상은 19일 저녁 기준으로 64개밖에 남지 않았다. 20일 서울시는 중환자 치료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서울의료원 중환자 병상 20개를 추가로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와 인천의 중증 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 역시 각각 8개와 4개(19일 저녁 기준)밖에 안 된다. 20일 기준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감염병 전담병원 약 58%, 중증 환자 치료병상은 약 61%에 이른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수도권의 환자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증 환자 치료 병상 50여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260여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회복 환자를 일반 병상으로 옮기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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