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철도부문 파업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공사 사무실에서 제14차 본교섭을 시작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비정규직 법안 쟁점 뭐기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7일 강행처리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속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노동계·재계·정부·학계 등 각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찾아 본다. ‘해고불가 사례별 명시’ 채택안해
기업선 “일자리 되레 줄어들수도”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화 가능한가?=비정규직 법안은 기간제(계약직) 노동자가 2년 이상 한 곳에서 일하면 무기계약을 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이 조항을 놓고 노동계와 재계의 해석은 완벽히 갈린다. 노동계는 사유제한을 도입하지 않은 이 조항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높이며 2년 직전 해고를 양산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노동계는 이 때문에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 신분 보장이 아닌 신분 고착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정부·여당이 2년 경과 뒤 기간제 노동자들이 정규직화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사업주는 2년이 안 된 시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99%는 해고할 것”이라며 “기간제 노동자들은 2년마다 주기적 해고를 당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국제기준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또 기업의 인력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기업들이 인력 운용에 부담을 느껴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기업들이 2년마다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느니 숙련된 사람을 정규직으로 쓸 것으로 보여 비정규직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견 노동 확대되나?=그동안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파견제도 확대될 것이라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반면, 재계는 파견제 사용기간이 정부안보다 줄어들었다며 비판한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1만명 가까운 노동자가 불법파견으로 판정받았는데, 비정규직 법안에선 이 경우도 3천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며 “비정규직 법안은 불법 파견을 처벌하지 않겠으니 마음대로 더 쓰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애초 정부안에서 파견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내심 실망하는 눈치다. 조유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홍보실장은 “파견제와 기간제 사용 기간을 정부 안에서는 3년으로 돼 있다가 환노위를 통과할 때는 2년으로 줄어들었다”며 “기업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비정규직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외국인 노동자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파견업체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견 노동자를 쓴 기업들도 처벌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차별 줄어들까?=관건은 이번 법안이 일터에서 실제 어떻게 적용되느냐다. 현재로선 불투명한 점이 너무 많다. 예컨대 법안에는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문구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의미하는지 등 해석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법안의 통과에도 불구하고 레미콘 운전자, 학습지 교사 등 63만명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삼권이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법안을 마련한 것 자체보다 특수고용직 보호 등을 포함해 후속조처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후속조처는 노·사·정 대화로 이른 시간 안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인 대안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현재의 여의도 갈등이 미래의 사업장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호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전문위원은 “비정규직 법안의 가장 핵심은 차별 시정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사법부 판례와 외국 노동법에서 자료를 모아 어떤 사례가 차별에 해당하는지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을 만들고 손을 털어버린 노동부가 내년 1월 시행에 앞서 맡아야 할 과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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