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정보기술(IT) 회사에 입사한 ㄱ씨는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했지만 대체휴무도, 휴근수당도 주어지지 않았다. 팀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 카톡을 보내고, 바로 확인하지 않으면 “또 또 자냐? 안 읽냐?”며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팀장은 업무와 관련해서도 “너는 일머리가 없다, 전공자가 아니라 그러냐” “(자격증 취득 관련) 대가리만 있으면 따는 걸 왜 못 따냐, 공부 안 하느냐” 등 폭언을 이어갔다. 욕설을 포함한 폭언이 하루가 멀다하게 이어졌고, ㄱ씨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 진단을 받고 2년 넘게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고객사로부터 폭언과 성추행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해 회사에 보고했을 때도, 상담 도중 팀장은 “그 정도로 힘들 거면 다른 사람들 다 자살했다. 멘탈이 약하구나” “(정신과 진료 사실 관련) 약 먹으면 괜찮은 거 아니냐? 묶여서 정신병원 입원해야 하냐?” 같은 폭언을 했다. ㄱ씨는 직장갑질119와 상담 후 팀장을 회사에 신고했지만, 상사는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
ㄱ씨처럼 직장 내 폭언 피해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765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1151건(65.2%)이라고 밝혔다. 이 중 폭행·폭언이 512건(44.5%)으로, 부당지시(558건 48.5%) 다음으로 많았다.(중복 포함) 직장갑질119는 512건 중 “그런 거로 힘들면 다른 사람들 다 자살했다” “그 정도면 개도 알아먹을 텐데” “공구로 머리 찍어 죽여버린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너 같은 X끼 처음본다” “너 이 X끼 나에 대해 쓰레기 같이 말을 해? 날 X발 X같이 봤고만”을 최악의 5대 폭언으로 선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부터 올해 8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에서도 폭언이 8841건(34.2%)로 가장 많다. 직장갑질119는 “심각한 직장 내 폭언은 폭행죄로 신고할 수 있다. 폭행죄가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 앞에서 폭언을 했다면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신고할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다”며 “많은 직장인이 폭행 수준의 폭언에 노출돼 있지만 사실상 방치돼 있고, 일대일 대화에서 발생해 녹음하지 못할 경우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폭언은 단기적인 영향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일과 삶에 장기적·치명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철 직장갑질119 사무국장은 “한국사회 특유의 권위주의 문화에서는 폭언을 거친 조언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폭언 문제에 대한 진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