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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월례비’ 구조적 문제는 외면…노동자 ‘건폭’ 낙인 찍은 윤석열 정부

등록 2023-02-22 17:34수정 2023-03-09 15:59

노동자가 불법 월례비 받는 ‘건폭’?
법원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연합뉴스

타워크레인 조종기사가 건설현장 업체들로부터 받는 ‘월례비’를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고,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 정지 등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건설업체들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협박과 강요에 못이겨 월례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법원은 월례비를 ‘부당 이득금’이 아닌,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얽힌 ‘관행적 임금’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노동자를 ‘건폭’으로 범죄집단화할 게 아니라 월례비를 양산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고등법원 제 1-3민사부(재판장 박정훈)는 광주의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타워크레인 운전 기사 16명에게 지급된 월례비 6억5여만원을 돌라달라고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며 지난 16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회사가 조종기사에게 주는 임금이 아닌 사업장 내 다른 하도급 업체가 지급하는 수고비 임에도, 법원은 건설 현장 전반에서 “수십년간 지속하여 온 관행”이라는 이유로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했다. 원청 건설업체가 하청업체 입찰을 받을 때 월례비 등을 견적금액에 반영하여 입찰하도록 했고, 지역 하청업체가 모인 광주·전남철근콘크리트협의회는 월례비 액수를 통일해 놓을 정도로 반공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청부터 하청까지 다단계로 얽힌 건설현장의 고용 관계 등) 건설산업의 특수성에 따른 문제의 책임을 모두 타워 크레인 기사들에게 전가시킬 수 없다”는 피고 주장을 받아들였다. 

나아가 2021년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월례비가 ‘공사기간 단축’을 노리는 업체에게 이득이었다고 봤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전일호)는 “(하청업체가) 월례비 지급을 거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해와 월례비를 지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실상의 이익을 잰 뒤, 월례비 지급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명시했다. 월례비를 지급하고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무리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공사 기간 단축을 비롯한 효율성 면에서 나았다는 뜻이다.

이어 재판부는 하청업체가 “작업을 시키는 지위”에 있었던 만큼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강요로 월례비를 지급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강조했다. 월례비를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협박과 강요’로만 규정한 정부 입장과 상반된다. 다만 이들 판결 역시 월례비의 부당함을 명확히 짚고 있다. 월례비를 지급하기 위해 제3자를 일용근로자로 고용해 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가 이뤄지고, 소득세 또한 탈루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언급됐다.

이에 대해 김준태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월례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노·사·정 모두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대화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음에도 오히려 정부가 그 기회를 막고 있다”며 “월례비는 강제로 없애고 월례비를 대가로 시켰던 부당한 노동과 작업만 남겨 놓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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