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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주69시간 하자면서 “난 칼퇴”…중앙노동위원장의 노동 시간은?

등록 2023-03-28 06:00수정 2023-03-29 09:41

[뉴스AS] 이정식 노동장관 “출퇴근 시간 기록 않아”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 “연장근로 안 한다” 답변
유튜브 채널 ‘너덜트’ 캡처
유튜브 채널 ‘너덜트’ 캡처

“저렇게 일 못 시킨다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말하는데, 실제 직장인으로서 말하자면 저건 하나의 과장도 없는 진짜 리얼입니다.”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 올라온 주69시간제 관련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주69시간제(주 7일 기준 80.5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이 시행된 것을 전제로, 이를 도입한 한 중소 기업 직원들의 모습을 가정해 보여주는 영상이다. 직원들은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주69시간씩 몇 주를 연속으로 일하지만, 실직이 무서워 정작 마음 편하게 휴가를 가지는 못한다. 댓글들은 하나같이 “저게 현실”이라고 달렸다. “69시간 근무는 극단적인 가정”이라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설명과 달리 ‘실제 저런 기업이 많다’ ‘우리 회사의 이야기다’라는 내용이다. “현실을 알고 하는 소리냐”며 노동부 장관의 노동 실태를 궁금해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노동 시간 개편방안의 주무 부처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를 옹호하고 나선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노동 시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노동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제출받아 <한겨레>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출·퇴근 시간 별도 기록이 안 돼 제출이 어렵다”며 의원실에 연장근로 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노동부는 의원실에 “국가공무원은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출·퇴근 등록 의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출·퇴근 등록 의무가 없다”며 “노동부 장관은 유연근무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출·퇴근 시간, 초과근무시간 별도 기록이 안 돼 제출이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의원실이 이 장관의 청사 출입시간 기록, 관용차 사용시간 등 노동시간을 알 수 있는 다른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이 또한 거부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역시 연장 근무 기록이 없다. 지난해 11월29일 취임한 김 위원장은 1월20일까지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했기에 출·퇴근 기록을 남겼지만, 이를 정시 출·퇴근제로 전환한 이후로는 별도의 근무 기록 없이 ‘9시 출근’, ‘6시 퇴근’으로 기록됐다. 유연근무제 활용 시기와 비활용 시기를 합해도 3개월간 연장근무 기록은 ‘0분’이다.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연장근로를 한 ‘기록’이 없는 것이다. 중노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급 자리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해 노동 시간을 유연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전제 조건은 ‘정확한 노동 시간의 측정과 기록’이다. 노동 시간 기록이 정확하지 않으면 법정근로시간, 연장·유연 근로의 제한, 연장근로를 저축해 휴가로 사용하는 등 ‘근로시간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장근로 유연화’를 추진하는 주무부처 장관이나 중노위원장의 노동 시간 역시 ‘측정 불가’인 상황이다. 노동부가 “확실한 근절”을 약속한 포괄임금제 오남용 문제도 노동 시간의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 현실을 악용한 관행으로밖에 볼 수 없다.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위원장으로서 정시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연장근로를 하게 되면 간부들이 줄줄이 연장근로를 해야 하다 보니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연장근로를 하지 않는다”며 “기록은 남지 않지만 집에 가서 문헌을 보는 등 추가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유연근무제에서 일반 근무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록이 귀찮아서”라고 답변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노동 이동이 매우 왕성해야 할 텐데 각종 산업규제와 노동규제로 막혀 있다”며 “근로시간 규제 때문에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조한 바 있다. 자신의 노동이 연장근로와는 거리가 먼 중노위원장이 정작 다른 이들의 집중 노동에 대해선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김 위원장 말처럼 상사의 ‘솔선수범’은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연장근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연장근무를 하든 하지 않든 굳이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노동부 수장의 “더 일 할 권리” 논리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하는 취약계층만 더 일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취약계층 노동의 현실에서 나왔지만, “극단적 가정”이라는 노동부 장관의 반박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현실에 공감하는 대책 마련이 더 필요한 이유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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