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질임금이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1.4% 감소에 이어 1년 넘게 물가를 고려한 노동자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31일 발표한 ‘2023년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6월 노동자 1인당 평균 실질임금은 한달 355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5% 줄었다. 해당 기간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보다 2.4% 오른 393만8천원으로, 여기에 물가상승률 4.0%를 반영하면 사실상 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실질임금은 2022년 2분기(-1.1%)부터 시작해 올해 2분기(-0.3%)까지 5분기 내리 감소세다.
정향숙 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반기 실질임금 하락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라며 “이전까지 물가상승이 가장 높았던 2011년엔 3%대, 그 이후에는 2% 안팎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4%대로 높았다”고 상반기 실질임금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임금 격차도 눈에 띈다. 고용계약을 1년 이상 맺은 상용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지난 6월 기준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을 보면, 상용 노동자는 396만3천원으로 지난해보다 2.5% 늘었다. 반면 임시·일용 노동자는 174만7천원으로 0.2% 감소했다. 주로 월급제인 상용 노동자에 견줘 시급제 등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액이 영향을 많이 받는 임시·일용 노동자들이 근로시간이 짧은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업 등에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기준 임시·일용 노동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시간 줄어든 89.5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근로시간까지 짧은 업종에서 일하면서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반면 상용 노동자의 6월 월평균 근로시간은 167.3시간으로 지난해보다 4.6시간 늘었다. 올해 6월 근로일수는 21일로 지난해 6월(20일)보다 하루 늘어난 영향이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소장은 “실질임금 감소는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소폭 오른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외적인 환경 변화에 노동자 임금 상승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며 “고용구조로는 일용직·초단시간 노동자 등이 늘면 전반적인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 7월 입직자는 102만7천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2만7천명(2.7%) 늘고, 이직자(101만2천명)도 3만9천명(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유형을 보면, 노동자가 스스로 퇴직한 ‘자발적 이직’이 33만7천명으로 12.4% 늘고, 고용계약종료·구조조정·해고 등 ‘비자발적 이직’은 54만9천명으로 0.4% 줄었다. 비자발적 이직의 경우엔 임시·일용직이 87%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자발적 이직은 상용직이 83.7%를 차지해 일자리 안정성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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