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 기업인 두성산업 대표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에게 독성 감염을 일으킨 혐의를 법원이 인정했음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데 대해 ‘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솜방망이 판결이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강희경 부장판사는 3일 독성 화학물질인 ‘트라이클로로메테인’이 포함된 세척액을 에어컨 부품 제조 과정에 사용하면서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에게 치료 기간 2개월 이상의 독성 간염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 천아무개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사건 발생 이전부터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었음에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작업자들이 급성 간염이라는 상해를 입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공소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선처를 탄원했으며 (이들의) 간 수치가 정상범위로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박다혜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초범인 경우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법원 판단의 경향성이 이어지는 듯하다”며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확보 의무를 지우기 위해 도입된) 법 취지를 법원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한겨레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심 이상 판결이 나온 7건을 분석한 결과, 1건을 뺀 나머지 6개 사건의 경영책임자는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화학물질 사고에서 상해냐 사망이냐를 가르는 차이는 우연에 가깝다”며 “장기적인 신체 손상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에 의한 (중대산업재해)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처분이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도 모두 이번 판결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16명이나 되는 노동자에게 상해를 입혔음에도 집행유예 판결이 난 점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으며,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도 “중독 사고를 부추기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두성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위헌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한 데 대해, “세 가지 원칙을 모두 위배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4조 1항은 “사업주 등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두고 재계에선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필요한 조치’ 등의 표현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해왔다. 권영국 변호사는 “명확성의 원칙과 관련한 재계쪽 주장이 과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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