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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갈길 먼 비정규직법] ① 2년의 시한… 그 의미는?

등록 2006-12-06 10:53수정 2006-12-12 11:21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예고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 통과에 반발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민주노총이 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예고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 통과에 반발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민주노총이 연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노·사 “2년뒤 대량해고 불가피” 입모아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법안 통과로 노·사·정 사이 2년여의 줄다리기도 일단락됐지만, 이 법으로 비정규직이 온전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히려 애초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 법이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옥죌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 시행 효과에 대한 일선 노·사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반응과 전망을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① 2년의 시한…그 의미는?
② 차별금지, 멀고 먼 여정
③ 파견노동자, 확대되는 멍에
④ 왜곡된 산업구조부터 바꿔야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법안이 시행되고 2년 뒤면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기간제(계약직)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계약한 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내년 7월에 법안이 시행되는 만큼, 2009년 7월에는 계약직의 ‘대량해고냐’, ‘정규직 전환이냐’ 하는 노동시장의 큰 ‘파고’가 예상된다.


2년 뒤 계약직의 정규직 전망을 놓고 정부·여당만을 제외한 노동계·경영계·노동경제학자들은 “대량해고 가능성이 높다”는 암울한 의견을 내놨다. 특단의 후속조처가 따르지 않으면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안이 되레 2년마다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었다.

정규직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 인사들은 “(정규직화엔) 기업 부담이 커져 2년 뒤 대량해고는 불가피하다”고 한결같이 밝혔다.

박미화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팀 과장은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경영 예측이 불확실한 편”이라며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동부의 사업체 규모별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 548만명 중 85.4%(468만명)가 100인 미만 사업장인 중소영세기업에 고용돼 있다.

이동응 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도 “비정규직 당시 받았던 임금·근로조건 유지를 전제로 한 정규직화 등 기업 부담 경감조처가 없으면 정규직 전환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9월 경총의 121개 회원사 상대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80%가 “(비정규법안이 시행돼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교체사용하거나 기존 정규직에게 해당 직무를 맡기겠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각계전문가들의 전망
비정규직법에 대한 각계전문가들의 전망
이런 예상은 노동 관련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아무런 유도 장치가 없다”며 “대량해고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은 위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임금체계가 다르고, 비정규직의 숙련도를 높일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이 거의 없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다리’ 구실을 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화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준비 없이 법이 시행되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입법안에는 허점이 많아,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1년 364일 채용하고 하루 쉬었다가 다시 1년 364일 계약을 해도 사용자는 일단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며 “이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유 제한’이 법안에 담기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2년이란 기간은 사람이 아닌 업무로 한정돼야 한다”며 “6개월, 1년, 1년 6개월 등 사람을 바꿔 얼마든지 반복 사용이 가능한데 어느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양대 노총 또한 “정규직 전환이 기업의 손에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부와 열린우리당은 “차별금지 조항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이 계약직을 채용했던 이점이 사라져 정규직화 가능성이 열렸다”며 긍정적 예상을 밝히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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